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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넘어 WSJ 겨눈다…'100만 유료화' 선언한 日 뉴스픽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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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뉴스픽스(NewsPicks)는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미디어다. 뉴스픽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유료회원(기본 월 1500엔)으로 등록해야 한다. 김상진 기자

뉴스픽스(NewsPicks)는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미디어다. 뉴스픽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유료회원(기본 월 1500엔)으로 등록해야 한다. 김상진 기자

“2023년까지 유료독자를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 온라인매체 쿼츠(Quartz)를 지난해 인수하며 전 세계 미디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일본의 신생 언론사 뉴스픽스(NewsPicks)가 세운 목표다. 뉴스픽스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경제뉴스 중심의 미디어다. 순수하게 뉴스앱으로만 승부를 걸어 ‘유료 100만’을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유료독자 40% 넘게 증가  

‘유료 100만’은 수백만 독자를 거느린 일본의 거대 신문사들도 선뜻 상상하기 힘든 숫자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본 메이저 신문사 가운데 디지털 부문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그룹 전체 전자판(온라인판의 일본식 표현) 유료회원이 약 65만 명(지난 1월 현재) 정도다.
전 세계로 넓혀도 '유료 100만'은 드물다. 국제잡지연맹(FIPP)이 발간한 '2019 글로벌 디지털 구독'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330만 명, 올해 1분기), 월스트리트저널(WSJ·150만 명, 지난해 4분기), 워싱턴포스트(WP·120만 명, 지난해 3분기) 등 3개사뿐이다. 경제지로 WSJ와 어깨를 겨루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디지털 유료회원은 약 74만 명(지난해 3분기) 선이다.
뉴스픽스의 모회사인 유자베이스(Uzabase) 측은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유료회원 100만 명을 발판으로) 4년 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미디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2013년 설립한 뉴스픽스는 이듬해부터 유료화를 시작해 4년 만에 약 10만 명 가까운 유료회원을 확보했다. 그 중 41%가 지난 한 해 동안 등록한 회원일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자베이스는 지난해 7월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바로 쿼츠 인수다. 이미 업계에선 전 세계 구독자 2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는 쿼츠가 누구 품에 안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수가는 유자베이스 자본금(2017년 말 기준 약 137억원)의 7배가 넘는 8600만 달러(약 996억원)에 달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킨 셈이다.
창업자인 우메다 유스케(梅田優祐) 유자베이스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실 뉴스픽스를 시작할 때 가장 참고했던 서비스가 쿼츠였다”며 “정통 저널리즘을 스마트폰으로 제공한 최초의 미디어인 쿼츠를 같은 그룹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매우 마음 든든하다”고 말했다.

쿼츠 유료화 구축에 20억엔 투자  

2012년 서비스를 개시한 쿼츠는 해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유자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약 3480만 달러(약 403억원)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26%에 이른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원 소유주인 애틀랜틱 미디어가 쿼츠를 시장에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유자베이스는 3년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쿼츠에 뉴스픽스 고유의 유료과금 방식을 빠르게 이식할 계획이라고 유자베이스 측은 밝혔다. 시스템 구축에만 앞으로 “최대 20억 엔(약 207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뉴스픽스(NewsPicks) 어플리케이션(왼쪽) 운영방식을 쿼츠(Quartz) 어플리케이션에도 적용하고 있다. 각 뉴스앱에서 토픽으로 선정된 뉴스의 하단에 보이는 '프로(PRO)'란 마크는 뉴스픽스만의 큐레이션 방식인 '프로피커(ProPicker)'를 의미한다. [뉴스픽스·쿼츠 어플리케이션 캡처]

뉴스픽스(NewsPicks) 어플리케이션(왼쪽) 운영방식을 쿼츠(Quartz) 어플리케이션에도 적용하고 있다. 각 뉴스앱에서 토픽으로 선정된 뉴스의 하단에 보이는 '프로(PRO)'란 마크는 뉴스픽스만의 큐레이션 방식인 '프로피커(ProPicker)'를 의미한다. [뉴스픽스·쿼츠 어플리케이션 캡처]

유자베이스는 인터뷰를 통해 쿼츠의 강점을 5가지로 들며 유료화 성공을 자신했다.
▶젊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2000만 명이 이용 ▶세계 115개국, 19개 언어를 커버하는 폭넓은 취재 네트워크 ▶WSJ·NYT·와이어드 등 세계 톱 클래스 미디어에서 경험을 쌓은 톱 저널리스트가 집결 ▶‘모바일 퍼스트’를 위한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 등이다.

유자베이스가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시장에서의 경험이다. 다우존스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판 뉴스픽스(NewsPicks USA)는 2017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유자베이스에 따르면 ‘매일 방문 이용자 수(Daily Active User·DAU)’가 일본 뉴스픽스의 배를 넘었고,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일주일간 계속 이용률(지난해 6월 기준 약 30%)도 일본보다 높았다.
유자베이스는 최근 미국판 뉴스픽스를 쿼츠에 합병하는 형태로 일원화했다. 이와 관련해 우메다 사장은 “쿼츠의 경우 (2023년까지) ‘매달 방문 이용자수(Monthly Active User·MAU)’ 1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미디어 경력 없는 30대 창업자

38살인 우메다 사장은 미디어 관련 경력이 전무한 글로벌 금융사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고교 동창이자 공동창업자인 이나가키 유스케(稲垣裕介) 사장 역시 컨설팅사의 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이다.
두 사람은 유자베이스의 양대 사업을 분담하고 있다. 우메다 사장이 뉴스픽스 회장(CEO 겸직) 및 쿼츠 이사회의장을, 이나가키 사장은 금융정보 서비스 회사인 스피다(SPEEDA)의 CEO를 겸직하고 있다.

일본 도쿄 롯본기에 위치한 뉴스픽스(NewsPicks) 본사 내부. 뉴스픽스의 기자와 편집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은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오가며 작업을 한다. 편집장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조차 지정석이 없다. 김상진 기자

일본 도쿄 롯본기에 위치한 뉴스픽스(NewsPicks) 본사 내부. 뉴스픽스의 기자와 편집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은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오가며 작업을 한다. 편집장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조차 지정석이 없다. 김상진 기자

스피다는 기업·업계 정보, 통계 데이터 등을 분석해 제공하는 금융정보 플랫폼이다. 블룸버그나 톰슨로이터 등을 모델로 한 B2B 서비스로 지난해 유자베이스 전체 매출의 38.6%(약 36억1000만 엔)가 스피다의 성과였다. 계약 회원사도 순조롭게 증가해 지난해 12월 현재 2571개사(ID 기준)가 회원이다. 이 중 295개 ID는 외국사다.
유자베이스는 미국 시장에 이어 중국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나가키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올해 가장 큰 토픽 가운데 하나가 중국시장에 대한 집중”이라며 “선구적으로 우선 중국어판 스피다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쿼츠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경우 뉴스픽스가 멈추지 않고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프로피커’란 전문가가 뉴스 선별…독자기사는 유료

뉴스픽스의 서비스 방식은 독특하다. 각종 미디어의 뉴스를 선별해 제공하는 큐레이션(curation) 방식과 직접 제작한 독자 콘텐츠의 공급으로 이분화돼 있다. 전자는 무료, 후자가 유료다.

뉴스픽스(NewsPicks)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한다. [뉴스픽스 캡처]

뉴스픽스(NewsPicks)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한다. [뉴스픽스 캡처]

큐레이션 방식도 여타 매체와 다르다. 프로피커(Pro Picker)라 명명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치 있는 뉴스를 발굴한 뒤, 해설하듯 댓글을 달아 뉴스를 추천한다. 최근 들어 많은 뉴스 큐레이션 업체들이 뉴스 선택을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이와 관련해 가나이즈미 슌스케(金泉俊輔) 뉴스픽스 편집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아래 박스기사 참조)에서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라며 “전문성을 가진 프로픽커들이 책임감을 갖고 보다 가치 있는 뉴스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픽스의 독자 기획물을 보려면 기본 월 1500엔(약 1만5000원)을 내야 한다. 바꿔 말해 그만큼의 돈을 내고 읽을 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뉴스픽스가 자체 제작하는 특집물은 ‘세계 최첨단 트렌드’에 천착한다. 지난달 12일에는 ‘서브스크립션 기업 애플’이란 타이틀로 최근 유료 콘텐츠 서비스 본격 확대를 선언한 애플의 전략을 8편의 에피소드로 집중 다뤘다.
이는 유료화 타깃과도 관계가 깊다. 유자베이스에 따르면 뉴스픽스 유료회원의 80%는 남성, 30대를 중심으로 한 20~40대 화이트컬러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가나이즈미 편집장은 “독자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뉴스픽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독자가 우리 특집물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적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며 기획한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가나이즈미 뉴스픽스 편집장 인터뷰

가나이즈미 슌스케 뉴스픽스 편집장. 김상진 기자

가나이즈미 슌스케 뉴스픽스 편집장. 김상진 기자

뉴스픽스 유료화의 핵심은 편집부가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타 뉴스 큐레이션 미디어와 달리 뉴스픽스는 독자 기획물을 제작해 유료회원에게만 제공한다. 잡지 기획자 출신인 가나이즈미 슌스케(金泉俊輔) 뉴스픽스 편집장은 인터뷰에서 “(올드미디어인) 신문사 역시 뉴스픽스 방식의 유료화 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월 17일 도쿄 롯본기 뉴스픽스 본사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뉴스픽스 서비스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프로피커’란 전문가들에 의한 뉴스 큐레이션이다. 섭외가 어렵지는 않은가.  

"물론 의뢰 과정에서 ‘나는 뉴스픽스에서 할 수 없다’며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스케줄 등을 이유로 사양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것이다. 뉴스픽스도 반쯤은 그런 면을 갖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자신이 선별한 뉴스를 널리 확산시키는 (개념이다.) 좋은 코멘트를 하면 거기에 팔로워가 붙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뉴스픽스 안에서의 일이지만 영향력이 생긴다. 다른 SNS와 같다. 그런 것을 참고해서 뉴스픽스에 참여해달라고 어필하고 있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나.  

"창업자(우메다 유스케)의 생각이지만 비즈니스 종사자들의 의사결정에 공헌하는 것에 주안을 둔다. (그들이) 뉴스픽스 특집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적 판단으로 이어지도록 (기획할 때 염두에 둔다.) 보는 것처럼 작업 공간이 나눠져 있지 않다. 편집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는 구조다.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 어떤 UI(사용자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를 쓸 것인지 (한 팀으로 움직이며) 만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최근 1~2년 새 성장률이 폭발적이다.  

"콘텐츠를 만들 때 항상 ‘PDCA(Plan-Do-Check-Act: 계획-실행-평가-개선 4단계를 반복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경영기법)’ 순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유저(사용자)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유저와의 대화를 통해 서비스가 점점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기존 미디어는 ‘프로덕트 아웃(Product out: 시장의 요구보다 제품 개선에 주력, ‘물건이 있으니 판다’는 발상)’ 형태다. (기존 미디어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바꾸려는데 거부감이 있다. 나 역시 출판사 출신이어서 (잘 안다.) 지금까지의 성공사례(관행)가 변화를 막는 구조를 가진 회사가 적지 않다. 오히려 우리 회사의 방침은 변화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성장과 연결돼 있다고 본다."

뉴스픽스(NewsPicks)는 정기적으로 백넘버 형태의 종이잡지도 발간한다. 뉴스픽스만의 오리지널 기획물을 반영한 특정 테마를 다룬다. 선(先) 디지털, 후(後) 아날로그 방식인 셈이다. 일부 유료회원에게 무료 배포하고, 서점과 편의점에서 유료 판매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뉴스픽스(NewsPicks)는 정기적으로 백넘버 형태의 종이잡지도 발간한다. 뉴스픽스만의 오리지널 기획물을 반영한 특정 테마를 다룬다. 선(先) 디지털, 후(後) 아날로그 방식인 셈이다. 일부 유료회원에게 무료 배포하고, 서점과 편의점에서 유료 판매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디지털 기획을 정리해 종이잡지로 만드는 것이 흥미롭다.  

"뉴미디어 회사이지만 하나의 커뮤니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벤트를 여는 등 (독자들과) 현실에서의 접점이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잡지라는 종이 매체도 리얼(real)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뉴스픽스의 가치관을 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으로 판단해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뉴스픽스를 알게 된 사람이 많다. (오프라인에서도) 신규회원을 확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서점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올드미디어, 특히 신문사들도 뉴스어플리케이션에 관심이 많다. 신문사에서도 이런 뉴스앱 전략이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하다. 신문사는 많은 기자와 비즈니스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도 닛케이의 경우 수십만명의 (전자판)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아직도 신문사들의 뉴스어플리케이션은 주로 신문 콘텐츠 중심이다.      

"(신문은)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주요 구매층이 중·노년층이어서 그런 구매층을 중심으로 생각해 콘텐츠 서비스를 진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뉴스픽스는 30대를 중심으로 한 20~40대의 젊은 독자가 대다수다. 신문사보다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이 중요하다. 실제로 젊은 감각으로 만드는 면도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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