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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위험물만 20만L' 아찔했던 군포 페인트 화재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홍성선 군포소방서 대응조사팀장이 화재 진압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홍성선 군포소방서 대응조사팀장이 화재 진압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1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강남제비스코 공장 앞. 전날 큰불이 발생했던 페인트 공장이다. 이날 오전부터 군포소방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 현장 감식이 진행됐다. 화재 조사 장비 등을 갖춘 요원들이 화재원인을 찾기 위해 분주히 현장을 오갔다.

화재현장 주변에서는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37개의 건물이 들어선 공장의 규모가 상당해 외부에서는 안의 주요 시설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공장 안에 불이 났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공장 측은 안전과 보안 등을 이유로 취재진의 화재 현장으로의 접근을 차단했다. 최소한의 접근만 허용했다.

화재가 발생한 6동 주변에는 드럼통이 다수 놓여 있었다. 심석용 기자

화재가 발생한 6동 주변에는 드럼통이 다수 놓여 있었다. 심석용 기자

원형 탱크와 근접해 긴박했던 화재 현장   

화재가 일어난 5동 주변까지는 접근이 가능했다. 불에 그을린 패널 등 전날의 아찔했던 화재 흔적이 눈에 띄었다. 3층 건물인 5동과 2층 건물인 6동에는 환기시설인 덕트 등 설비 잔해가 바닥에 어지럽게 깔려 있었다. 제비스코 현장 관계자는 "화재를 진압하던 중 수압에 의해 천장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긴박했던 전날의 진화 당시의 상황을 짐작게 했다.

5·6동 건물 주변에는 '위험물 옥외 탱크저장소'라고 적힌 둥근 모양의 대형 탱크 4개가 눈에 띄었다. 탱크 안에는 페인트 제조 공정에 쓰이는 톨루엔과 자일렌 등 인화성 액체가 보관돼 있다. 하나당 5만L씩 담겨 있다는 게 소방당국 측의 설명이다. 원형 탱크 근처에는 인화성 물질이 담긴 30여개의 통(7200L 추정)도 보관 중이었다. 만일 전날 불길이 이 탱크까지 옮겨붙었다면 자칫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있었다.

오철근 군포소방서 119구조대 팀장이 저장탱크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오철근 군포소방서 119구조대 팀장이 저장탱크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위험물 저장 탱크 수호에 집중  

화재는 전날(30일) 오후 9시쯤 발생했다. 불이 나자 공장 내 자동화재탐지 장치가 작동하면서 자동으로 119로 신고가 접수됐다. 오철근 군포소방서 119구조대 팀장은 "1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 내부에서 강력한 불꽃이 일었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제비스코 직원은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압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그나마 바람이 안 불어서 다행" 이라고 말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불길은 위험물 저장 탱크에 거의 근접한 상태였다. 현장관계자들에게 공장 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방대원들은 곧장 저장 탱크 주변으로 향했다.

곧 탱크 사수작전이 펼쳐졌다. 소방대원들은 지름 65mm짜리 소방호스를 들고 저장 탱크 주변을 둘러쌌다. 탱크 위까지 올라가는 대원도 있었다. 중앙 119구조대까지 합류해 탱크 주변을 지키며 집중적으로 물을 뿌린 끝에 저장 탱크를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 이날 소방당국은 펌프차, 굴절차 등 141대와 소방력 437명을 동원해 불을 3시간 만에 완전히 끄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37개 건물 중 5동을 포함한 건물 4개 동 2593㎡가 불에 타는 피해로 이어졌다.

화재 연속 확대를 막기 위해 소방관들이 분투하고 있다.

화재 연속 확대를 막기 위해 소방관들이 분투하고 있다.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중"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제비스코 공장은 지하철 1호선 군포역과 직선거리로 550여m쯤 떨어져 있다. 그만큼 도심과 가깝다. 진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군포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김모(48·군포시 산본동)씨는 "새벽에 불길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공장 안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홍성선 군포소방서 대응조사팀장은 "공장 내 인화물질이 저장된 탱크들이 있어 연속 폭발이 일어났을 경우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화재 원인은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TV(CCTV)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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