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당 “광화문 천막당사 검토” 국회 보이콧 태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자유한국당은 왜 29~30일로 이어진 심야에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표결을 끝까지 저지하지 않은 걸까.

패스트트랙 강행에 강력 반발 #당 일각선 “여당과 협상해야” #표결 방해 땐 피선거권 박탈 부담 #선진화법 때문에 저지 한계

사개특위·정개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29일 오후 11시쯤 관련 회의가 열리자 의사진행 발언 등으로 시간 끌기 작전을 썼지만 표결을 물리적으로 방해하진 않았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표결 개시를 선언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 인정할 수 없어”(윤한홍 의원), “이게 독재가 아니면 뭐야”(이장우 의원) 등 발언만 남긴 채 회의장을 떠났다.

정개특위에선 김재원 의원이 기표소에서 10여 분간 ‘장고(長考)’했지만 결국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투·개표는 무난히 진행됐다. 25일부터 시작된 회의실 밖의 극한 대치와 비교하면 다소 의아한 장면이었다.

관련기사

이에 정치권에선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한국당 의원들을 제어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법 165·166조는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 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근’은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회의장 내부의 물리력 동원은 회의 방해 목적이 뚜렷해 처벌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법 조항이다.

한국당 보좌진협의회도 29일 당 소속 보좌진에게 회의가 열릴 220·445호실로 집결하라는 문자를 보내며 “절대 폭력행위(몸싸움)는 하지 마시고 의지를 실은 구호만 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한국당이 이처럼 ‘물리적으로 제한된’ 저항으로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에는 실패했지만 법적 대응과 함께 향후 대여 투쟁의 강도는 높여 갈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30일 새벽 페이스북에서 “결국 저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는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며 장외 투쟁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검토 중”이라며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황 대표가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임시 당사 삼아 최고위원회의를 열 수도 있다. 주말엔 전국 거점 지역을 돌며 대여 투쟁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천막 당사가 꾸려지면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때 이후 15년 만이다.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정치권 밖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다.

‘국회 보이콧’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헌법수호투쟁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결사 항전하자” “한국당을 넘어, 보수 우파를 넘어, 큰 빅텐트 안에서 반정권·반문재인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치 국면에서 발생한 민주당 보좌진의 망치 반입 의혹, 한국당을 겨냥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도둑놈들” 발언도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선 “패스트트랙 열차가 출발한 이상 세우든 방향을 틀려면 여당과 협상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어 투쟁 일변도로 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영익·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