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동운동 정상화 없이 국가경제 회복은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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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노총이 다음 달 1일 노동절을 맞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100만 노동자 투쟁’을 선포했다. 오는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도 예고했다. 당장 다음 달엔 한국노총 소속 자동차노련과 민노총 소속인 현대차 노조, 카드사 노조 등이 앞다퉈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올 봄철 임금협상(춘투)이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ILO 비준 등 임단협 범위 밖 요구 봇물 #‘법위의 노조’ 행태 근절돼야 미래가 있어

물론 노조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처우 향상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는 노조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임단협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항이 적지 않다.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가 각 경제 주체들의 이해를 두루 반영하고 경제 전체를 생각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국회가 탄력근무제 논의를 시작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경제 전체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이기적인 태도다. 더구나 민노총은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스스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화는 거부하면서 결과는 내 맘대로 해달라는 게 ‘민주’를 간판으로 내건 노동단체의 태도인 건지 묻고 싶다.

경제·사회적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산하 조직에 배포한 지침에서 임금인상률을 정규직 7.5%, 비정규직 16.8%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특근수당 같은 근로자 수입도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고용 또는 생산성 악화 등으로 비용을 치르는 기업들은 안중에 없다. 기업이 멀쩡해야 자신들의 수입과 삶의 기반도 안정되는데 말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협과 별도로 정년퇴직자 발생에 따른 1만명 정규직 채용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와 경영 전략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항을 두고 노조가 이래라저래라 한다. 이러니 기업들이 투자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게 당연하다.

노조는 경제적으로 약자인 근로자들이 단결한 단체다. 약자가 자기 뜻을 관철하려면 법을 충실히 따르거나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뚜렷한 명분과 근거를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노조는 그런 공감보다는 힘으로 자기 뜻을 관철하려 한다. 정권이 바뀐 뒤 그런 성향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조의 폭력시위와 점거 농성에 우유부단하게 대처한다. 그러니 노조가 더더욱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자신들이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도 안중에 없다. 더구나 그 대다수는 국민의 평균소득보다 훨씬 많이 받는 귀족노조다. 이런 노동운동 행태를 근절해 정상화하지 않고는 이 나라 경제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