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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통’ 앞세워 대일 러브콜…한국도 ‘재팬스쿨’ 복원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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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일왕시대 한·일 관계 <하> 

중국이 다음달 ‘5·4운동’ 100주년을 맞는다. 1919년 독일이 산둥성에 갖고 있던 권익을  열강들이 일본에 양도하자 중국인들이 격분해 5월 4일 봉기했던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으로 치면 3·1운동 100주년과 비견된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 열기가 뜨겁지 않다. 베이징 소식통은 29일 “반일 정서 조성을 피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5·4 정신의 계승”을 강조하면서도 5·4운동의 도화선이 된 ‘항일 정신’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한·일 관계 개선 무관심” 지적

중국은 대신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산둥성 칭다오(靑島) 해역에서 열린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에 욱일기를 내건 일본 전함의 참가를 허용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의 도량이 커서라기보다 중국이 일본을 외교·안보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허물고 돌파구를 찾겠다는 중국의 속내다. 중국은 일본에서 9년1개월을 근무하고 5월 교체되는 ‘일본통’ 주일대사 청융화(程永華)의 후임으로 역시 외교부 내 일본통인 쿵쉬안유(孔鉉佑) 부부장을 낙점했다. 일본엔 중국이 대일 관계를 중시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판결에서부터 한·일 간 초계기 갈등까지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다. 외교가 일각에선 “한·일 관계가 이미 바닥인 줄 알았는데, 바닥 밑에 지하가 있더라”는 말도 나온다. 복수의 일본 측 소식통은 “현재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지 않은가”라며 “내년 (4월 한국) 총선까지 한·일 외교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인상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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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동태를 파악하고 더욱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당장 외교부 내 일본 전문가인 ‘재팬 스쿨(Japan School)’부터 복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현재 외교부 내에선 “일본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간 출셋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기류까지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쉽게 말해 일본인들은 영어가 아니라 유창한 일본어로 얘기해야 속내를 꺼내 든다”며 “무엇보다 일본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알면서 이들을 대할 수 있는 일본 전문가들에게 역할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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