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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학술대회 후원까지 한 '투자전문가', 알고보니 고소득자 노린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서울 광진경찰서는 '성공한 의사들의 자산관리 파트너'라는 문구를 내세워 각종 의료 학술대회 등에서 330억원가량을 투자받고 잠적한 유모(40대)씨가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의료 학술대회에 참여한 투자회사 모습. [사진 해당 투자회사 홈페이지 캡처]

서울 광진경찰서는 '성공한 의사들의 자산관리 파트너'라는 문구를 내세워 각종 의료 학술대회 등에서 330억원가량을 투자받고 잠적한 유모(40대)씨가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의료 학술대회에 참여한 투자회사 모습. [사진 해당 투자회사 홈페이지 캡처]

의사 등 고소득자에게 접근해 수익 보장을 미끼로 약 33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집하고 잠적한 사기꾼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의료 학술대회 등에서 알게 된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편취한 양모(40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 후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초기 이자 꼬박 지급하며 투자자 모집  

양씨는 언론 홍보나 의료 관련 학술대회에 후원하고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의사 등 고소득자에게 자산관리나 금융투자 부분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1대1 상담을 해준다며 “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증권, 선물 등에 투자해 연 12%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였다.
초기 몇 달은 꼬박 이자를 주어 안심시킨 양씨는 신규 투자로 돌려막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지난해 말 휴대전화까지 타인 명의로 바꾸는 등 치밀한 도주 계획을 세우고 잠적했다. 이후 4개월 만에 경기도 하남의 은신처에서 붙잡혔다.

최대 연 12%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소개한 포트폴리오. [사진 광진경찰서]

최대 연 12%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소개한 포트폴리오. [사진 광진경찰서]

양씨는 ‘행복한 인생을 보장받는 현명한 투자의 기반’을 만들어준다며 자신의 회사 사진을 첨부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그럴듯한 투자 회사처럼 보이게 했다. 특히 연 8%의 수익에 원금을 보장하며 여행, 호텔, 스파, 승마, 골프 등 제휴업체 무료 바우처까지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투자 금액은 최소 3000만원부터 가능했다.

양씨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모집한 금액은 330억원에 이르렀다. 경찰 수사 결과 양씨에게 속아 그를 신고한 피해자만 43명에 달했고, 이들의 총 피해 금액은 67억원이었다. 이 중 의사인 피해자 한 명은 양씨에게 무려 17억원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 당국 인허가 업체인지 확인해야" 

경찰은 “지금 투자하면 추후 특정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는 행위 자체가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등록하지 않고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 지급을 약정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며 “피해 예방을 위해 투자회사가 금융당국 인허가 업체인지를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등에서 확인 후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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