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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헷갈리는 ‘허락’ ‘승낙’ 표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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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예비부부가 청첩장을 들고 찾아왔다. 그들이 결혼하게 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얼마 전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집안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한다. “양쪽 집안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결혼을 수락하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 “부모님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신기하게도 일이 술술 풀려 취업에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요구를 받아들여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주는 것을 가리켜 ‘허락’ ‘수락’ 또는 ‘승낙’이라고 한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이들을 막상 적으려고 하면 ‘락’으로 해야 할지, ‘낙’으로 해야 할지 헷갈린다.

‘諾(대답할 낙)’은 ‘허락(許諾), 수락(受諾), 쾌락(快諾, 남의 부탁 등을 기꺼이 들어줌)’ 등에서는 ‘락’으로 적는다. 반면에 ‘승낙(承諾), 감낙(甘諾, 부탁이나 요구 등을 달갑게 승낙함), 감낙(感諾, 감동해 승낙함)’ 등에서는 ‘낙’으로 적어야 한다.

같은 한자어를 ‘락’과 ‘낙’으로 달리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맞춤법에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속음(俗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부 단어에서 사회적으로 굳어져 쓰이는 음을 일컫는다.

즉 본음은 ‘허낙, 수낙, 쾌낙’이지만 사람들이 발음하기 편한 ‘허락, 수락, 쾌락’을 계속 쓰면서 속음이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승낙, 감낙’은 ‘락’이 아닌 ‘낙’으로 발음되므로 본음을 따라 ‘승낙, 감낙’으로 표기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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