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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한국판 어벤져스 만들자'…판교(IT)+상암(콘텐트)이 힘을 합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바일 게임 메뚜기 캐릭터로 태어난 유재석

#1

내 이름은 반격의 저격수 ‘리우(메뚜기 캐릭터)’. 얼굴 전체를 가릴 법한 커다란 안경과, 얼굴 한복판에 있는 동그란 코가 특징이지. 활동 공간은 모바일 게임 속이야. 여기서 최강전사 ‘쿠가(호랑이)’, 달변가 ‘롱키(기린)’ 등 친구들과 함께 각 동물 종족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게 내가 속한 게임인 ‘런닝맨 히어로즈’의 큰 줄거리야.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 게임인 '런닝맨 히어로즈'. [사진 라인프렌즈ㆍ넥슨]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 게임인 '런닝맨 히어로즈'. [사진 라인프렌즈ㆍ넥슨]

잠깐! 그런데, 내 얼굴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후훗, 맞아. 난 원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래했어. 프로그램 이름이 ‘런닝맨’이라고 하던가.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고, 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바탕으로 올해 2월 ‘런닝맨 히어로즈’란 게임이 탄생한거지. ‘TV 예능프로그램→애니메이션→모바일 게임’ 순으로 진화했달까.

우릴 게임으로 만든 건 라인프렌즈와 넥슨이란 정보기술(IT) 회사야. 자랑 같지만, 난 게임으로 출시되기 전부터 제법 인기가 많았지. ‘조상’을 잘 둔 덕인가. 내가 세상에 나왔던 지난 2월 말에는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 1등도 차지했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나를 두고 ‘트랜스 미디어(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드는 콘텐트)’라거나, ‘OSMU(One Source Multi Useㆍ한 가지 콘텐트를 여러 매체를 통해 유통)’의 대표 사례라는 둥 칭찬이 끊이지 않더라고. 하지만 이봐. 내가 유별난 게 아니야. 요즘은 그게 대세라고. 근데 유재석과 안닮았다는 지적은 좀 섭섭한 걸.

초통령 '신비 아파트' 게임은 250만 다운로드 훌쩍

‘런닝맨 히어로’처럼 TV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 등에 소개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등 IP(Intellectual Propertyㆍ지적재산권)를 게임 등 다른 영역의 미디어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임 회사로선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개발 등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시장에서 검증된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올라 타 '안전한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

26일 넷마블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일곱개의 대죄’를 토대로 한 롤플레잉 게임(RPG)인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의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원작이 된 애니메이션은 누적 발행 부수 3000만부를 돌파한 일본의 인기 만화를 바탕으로 한다. ‘요괴워치: 메달워즈’도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다. ‘요괴워치’는 지난해 도쿄 게임쇼에서 첫 공개됐다. 두 게임 모두 기존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만큼 ‘어느 정도’ 이상의 수익은 챙겨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뽀로로에 이어 '새로운 초통령(초등학생 사이에서 대통령으로 통할 만큼 인기란 의미)'으로 자리잡은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토대로 한 게임인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 [사진 CJ ENM]

뽀로로에 이어 '새로운 초통령(초등학생 사이에서 대통령으로 통할 만큼 인기란 의미)'으로 자리잡은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토대로 한 게임인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 [사진 CJ ENM]

고정팬 층이 두터운 경우는 더 그렇다. 뽀로로에 이어 ‘새로운 초통령(‘초등학생 사이에서 대통령’으로 통할 만큼 인기란 의미)'으로 자리잡은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지난해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라는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이 게임은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26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증강현실(AR) 게임의 새로운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액션이나 아케이드 게임이 대세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어드벤처 게임로서는 최상위권의 인기다.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는 올 하반기 전세계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닌텐도 게임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애니로

닌텐도 게임인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애니메이션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 사무소’.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1700만장 이상 팔리며 게임 뿐 아니라 닌텐도 자체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 CJ ENM]

닌텐도 게임인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애니메이션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 사무소’.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1700만장 이상 팔리며 게임 뿐 아니라 닌텐도 자체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 CJ ENM]

거꾸로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달 초부터 국내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방영 중인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 사무소-카트리에일의 수수께끼 파일’가 대표적이다. 1700만장 넘게 팔린 일본의 닌텐도용 어드벤처 게임 ‘레이튼 교수’를 토대로 한다. CJ ENM과 일본의 후지TV 등 6개 회사가 함께 투자해 애니메이션화했다. 첫 방영 당시 4세~6세 남아 타깃 시청률 8.196%, 점유율 19.6%를 기록(AGB 닐슨, 전국 기준)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IP들이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Cross Overㆍ다른 장르를 넘나듦) 방식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판교(IT기업)와 상암(콘텐트 기업)이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여러 이유가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유저 타깃이 비슷하다는 것이 하나. CJ ENM 애니메이션 디지털사업팀 윤여민 팀장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모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있고, 세계관의 확장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트랜스 미디어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또 “게임을 애니로 만들면 스토리 라인에 더 깊은 맛을 입힐 수 있어 이런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캐릭터 산업 규모는 12조7000억원, 게임산업 규모는 13조원(2018년 기준)에 이른다.

IP 멀티유즈 최강자는 마블의'어벤저스' 

여러 지식재산권(IP)를 영화와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플랫폼에 태우는 글로벌 최강자는 영화 ‘어벤스’ 시리즈를 만드는 ‘마블 스튜디오’와, 이를 배급하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다. 월트 디즈니는 2009년 말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약 40억 달러(약 4조644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엔 ‘비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신(神)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김정주(51) NXC 대표 역시 최근 디즈니 측에 넥슨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정광호 서울대 교수(개방형혁신학회 부회장)는 “트랜스 미디어든, 크로스 오버든 이종 산업간 결합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어벤저스처럼 경쟁력있는 한국판 멀티IP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각 콘텐트 업체 간 합종연횡이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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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이수기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시리즈가 30회를 돌파했습니다. 이번주 다음회부터 기사 말미에 판교밸리 기업들의 새 소식이나 판교인이 꼭 알아야 할 단신을 [판교 소식]으로 전달합니다. 짧지만 꼭 필요한 판교의 알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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