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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만큼 무서운 단어 '아저씨'...그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중앙일보

입력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아저씨'는 부정적 어감을 가진 언어가 됐다. [중앙포토]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아저씨'는 부정적 어감을 가진 언어가 됐다. [중앙포토]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아저씨(아재)'는 부정적 어감의 단어가 됐다. '꼰대'라는 단어와 친화력이 높은 '아저씨'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과거 경험과 업적을 과시하는 낡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자신의 우월함에 빠져 타인에게 간섭하고 명령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방적인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최근에 출간된 일본 저자 야마구치 슈의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한스미디어)은 '아저씨'라는 키워드에 주목해 이를 사회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아저씨들이 더는 쇠퇴하지 않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올해 초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을 펴낸 바 있다.

아저씨는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사람

책에서 다루는 아저씨는 단순히 중년 남성이 아닌 특정한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이들은 오래된 가치관에 빠져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하고, 과거의 성공에 집착,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며, 계층서열 의식이 강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랫사람을 우습게 여기는가 하면 배타적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저자는 "그들이 20대를 보낸 시대적 환경이 인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들이 인격의 OS(Operating System)를 확립한 시기는 버블 경제로 인해 '달콤한 이야기'가 사회에 만연해 있던 때다. 당시만 해도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평생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이러한 시대적 특성이 아저씨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성향을 갖게 했다는 말이다.

중년 남성들이 20대를 보낸 시기는 버블 경제로 '달콤한 이야기'가 만연해 있었다. [사진 freepik]

중년 남성들이 20대를 보낸 시기는 버블 경제로 '달콤한 이야기'가 만연해 있었다. [사진 freepik]

하지만 사회는 그들의 신뢰를 저버렸고, 인제 와서 새로운 OS를 장착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아저씨들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원한을 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더는 쇠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적으로 연장자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장자의 가치가 떨어졌다 

저자가 꼽은 첫 번째 사회 구조적 요인은 빨라진 사회 변화다. 원시시대부터 20세기 전반 정도까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사회 구조는 매우 천천히 바뀌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이후, 수십 년 혹은 수년 단위로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되면 연장자가 오랜 생활을 걸쳐 축적해 온 경험이나 지식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왜냐하면 마주하는 문제가 연장자에게도 젊은 층에도 새로운 문제일 텐데 문제 해결의 능력은 오히려 젊은 층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요인은 정보의 보편화다. 과거에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다양한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연장자의 뇌가 귀중한 데이터베이스였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의 보편화로 누구나 손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연장자의 데이터베이스가 예전처럼 존중받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또한 수명 연장으로 노인들의 절대 수가 늘어나면서 희귀성이 떨어져서 연장자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사회는 점점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앙포토]

20세기 후반 이후 사회는 점점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앙포토]

아저씨들이여 후배를 지원하라 

그렇다면 연장자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의 핵심 조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배형 리더십이 아닌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 자신의 경험치에 대한 유능함을 전제로 후배를 끌고 가는 것이 지배형 리더십이라면, 서번트 리더십은 인맥, 자본, 지식, 경험을 이용해 후배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연장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단 후배들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힘쓰라는 의미다.

"청춘이란 마음의 상태"

또한 저자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학습하되 학습의 밀도를 높이라고 조언한다. 즉, 같은 입력값을 넣을 때보다 좋은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자신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려면 유효기간이 짧은 지식보다 깊은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교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새뮤얼 울만의 시 '청춘'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특정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뛰어난 창조력, 강한 의지, 불타는 열정,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이것을 청춘이라 부른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인간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었을 때 비로소 사람은 늙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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