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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길걷다 전동킥보드 '쾅'···1년새 85%나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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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지난 17일 오후, 회사원 이모(42) 씨는 모처럼 휴가를 내고 경기도 안양 인근의 양재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동킥보드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옆으로 다가왔다. 이 자전거도로에서는 전동킥보드 운행이 금지돼 있다.

도로교통공단, 전동킥보드 사고통계 #2017년 117건→지난해 225건 급증 #보행자 충돌사고 85% 늘어, 1명 사망 #자동차 충돌 58건→141건 크게 증가 #연령별로는 20~30대가 51% 차지해 #운전면허 소지하고 도로로만 달려야 #실제로는 위반 많아도 단속 거의 안돼 #

 흔히 자전거끼리 추월할 때 안전을 위해 미리 소리쳐 알려주는 "지나갑니다" 같은 말도 없었다. 깜짝 놀란 이 씨는 핸들을 급히 왼쪽으로 틀다가 자전거에서 떨어져 왼팔과 왼쪽 허벅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수술 뒤 입원 중이다.

 젊은 남성으로 보이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사고 장면을 보고도 그냥 빠른 속도로 현장을 벗어났다. 이 씨의 가족은 "뺑소니를 친 건데 전통킥보드에 따로 번호판이 없고 주변에 CCTV도 적어서 경찰도 찾기 어렵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앞서 지난해 9월엔 경기도 일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도로를 달리던 전동킥보드에 치였다. 당시 이 여성은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뇌출혈을 일으켰고, 20여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하다 결국 숨졌다.

 보행자가 전동킥보드와 충돌해 사망한 첫 사례였다.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 2종 운전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사고 운전자는 무면허 상태였다.

지난해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이 전동킥보드에 치여 숨졌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중앙포토]

지난해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이 전동킥보드에 치여 숨졌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중앙포토]

 이처럼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PM, 1인용 전동 이동수단) 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보행자 또는 차량과 부딪히는 교통사고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등이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모두 225건이었다. 2017년 117건에 비해 92%나 늘어난 수치다. 전동킥보드 등 PM 관련 교통사고를 공식 교통사고통계로 수집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사망자는 2017년과 2018년 모두 4명씩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보행자 1명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사고 유형별로는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와 부딪힌 사고가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에는 61건으로 85%가량 증가했다. 또 전동킥보드와 자동차가 충돌한 사고는 58건에서 141건으로 143%나 급증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유사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있어 인도에서는 다닐 수 없고, 도로로만 달려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시속 25㎞ 이하로 주행속도가 제한돼 있지만 일부 기종에 따라서는 시속 60㎞ 이상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충돌 사고 때 상당히 위험하다.

 전동킥보드가 마치 고라니처럼 갑자기 툭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한다고 해서 '킥라니'(전동킥보드+고라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다치는 등 차량 단독사고는 26건에서 23건으로 오히려 3건이 줄었다.

  또 연령별로 보면 20~29세가 사고 발생의 31%를 차지했고, 30~39세가 22%로 뒤를 이었다. 2, 30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셈이다. 60세 이상도 13.3%나 됐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러한 수치도 경찰에 신고된 경우만 집계된 것이라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전동킥보드 사고가 발생할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달 초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시속 25㎞ 이하의 전동킥보드에 한해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사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이르면 올 하반기쯤 처리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제대로 대책을 세우려면 우선 국내에 보급된 전동킥보드 등 PM의 정확한 규모와 이용 인구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공원과 자전거 도로에서는 전동킥보드 운행이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현재 대부분의 공원과 자전거 도로에서는 전동킥보드 운행이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현재 PM의 판매 대수가 2014년 3500대에서 2017년 7만5000대로 20배 넘게 늘었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한 최근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명 박사는 또 "자전거도로에서 달려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수준으로 전동킥보드의 규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안전한 PM 이용을 위한 교육 방안도 시급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에서 교육하고, PM 판매 때도 일정 부분 안전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의 경우 자전거나 차량과 함께 주행할 경우 어떻게 해야 안전한 이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다.

전동킥보드와 자동차가 충돌하는 사고도 140% 넘게 급증했다. [블로그 캡처]

전동킥보드와 자동차가 충돌하는 사고도 140% 넘게 급증했다. [블로그 캡처]

 또 지자체와 경찰 차원에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단속을 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법상 무면허 운전자에 대해서는 벌금 30만원이, 안전모 미착용 때는 범칙금 2만원 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동킥보드가 인도로 달리다 적발되면 벌금 4만원이 부과되고, 사고가 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공원이나 자전거전용도로에서는 전동킥보드 운행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전동킥보드의 위험한 주행과 사고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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