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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Z·밀레니얼세대 열광하는 소셜미디어?

중앙일보

입력

“e커머스라서 특별히 투자한다기보다 인터넷 자체가 계속 확장될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투자한다.” 국내외 대형 e커머스 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 글로벌 투자 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지난 4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의아한 말일 수 있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7년 각각 98%, 94%를 넘어섰고, 어느 지역 어느 골목을 가도 택배차량이 서있다. 하지만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면 얘기는 다르다. UN·닐슨·국제통신협회(ITU)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세계 인구는 77억1622만명이며 이 중  58.3%가 인터넷 사용자다. 국제 자본이 중국·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권으로 진출하려고 투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세계 인구의 55%가 아시아에  살고, 인터넷 사용자의 51.7%가 이 지역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48.3%의 아시아 지역 인구가 인터넷에 상시적으로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전체 상거래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8년 기준 11.9%에 불과하고, 2019년에도 13.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금액으로는 약 3800조원이다.

e커머스 비중 아직도 10%대에 불과

2019년은 e커머스의 분기점이다. 전체 상거래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 10%대에 불과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오프라인의 매출 비중 하락  그래프와 e커머스의 상승 그래프가 만나게 된다. 즉, 2020년부터 전세가 역전된다. 한국 상황도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마케팅전공 교수의 신간 [리테일의 미래]는 한국의 백화점·대형마트의 하락세가 2016년 이후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책은 롯데마트의 적자폭이 확대되고, 롯데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지만 온라인 판매중개업체(11번가·인터파크·쿠팡 등),  온라인 판매사(AK몰·티몬·위메프) 매출이 두자릿수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는 4월 1일 유통 관련 계열사들의 온라인 서비스에  하나의 아이디로 접속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롯데는 내년에 통합 쇼핑 앱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e커머스에 투자를 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커머스 비중이 역전되는 내년에는 이 밖에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커머스 기업들의 e커머스 비중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올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의 미래는

여전히 글로벌 상거래의 대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고, 대표적인 대형 e커머스 기업의 수익은 커머스가 아닌 다른  사업을 통해 올리고 있다. e커머스의 미래는 다를 수 있다. 사실상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존 e커머스 기업들과는 달리 내실 있는 곳이  주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e커머스에 익숙한 1020세대의 선택을 받고 있는 곳을 주목해야 한다. 의류 전문 e커머스 기업 무신사는  2018년 거래액 기준으로 4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5년 신선식품으로 시작해 이제는 식품 전반으로 상품군을 늘린 마켓컬리는  2018년 전년보다 매출이 3배 늘어난 1500억원을 기록했다. 그 밖에 특정 상품을 직접 매입하거나 제작해 스토리를 덧붙여 판매하는 블랭크도  매출이 10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고속성장은 이미 기존 사업자들도 경험한 일이다. 다른 지표를 봐야 한다. e커머스는 사실상  가격이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비즈니스로 취급 받는다. 최저가의 늪에서 여간해서는 빠져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캐나다  국제거버넌스혁신연구소(CIGI)의 2018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e커머스의 기반인 인터넷을 1년 전보다 불신하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81%나  됐다. e커머스의 본질이 최저가가 아닌 신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비쥬얼 쇼핑 솔루션 제공 업체인 바이센즈(ViSenze)가 진행한  설문에서 최저가의 상징 아마존이 미국과 영국 밀레니얼과 Z세대가 온라인 쇼핑 품목을 발견하는 3번째 수단으로 내려 앉았다. 1위 자리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포스팅으로 구성된 소셜미디어가 차지했다. 24~37세인 밀레니얼 세대의 55%가 인스타그램·페이스북처럼 지인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서 사고 싶은 물건을 발견한다고 답했고, 18~23세인 Z세대는 그 비중이 59%로 더 높았다. 국내에서 커머스를 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은 스타트업인 스타일쉐어가 유일하다. 스타일쉐어는 2011년 연세대 주차장에서 10대~20대 초반 여성들이 자신들의 일상  패션 사진과 감정을 공유하는 패션 전문 소셜미디어로 시작했다.

스타일쉐어의 성장세는 다른 e커머스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비하면  더뎌 보일 수 있다. 2014년 기자가 처음 찾아갔던 스타일쉐어 사무실은 압구정역 이면도로의 한 오래된 건물 2층에 있었다. 큰 회의실이 하나  있었고, 직원들은 20명이 채 안 돼 보였다. 이들의 4번째 사무실이자 차고, 남의 사무실, 오피스텔을 거쳐 지하에 스튜디오까지 구비해 이사한  첫 단독 사무실이었다.

2015년 두 번째로 찾아간 이들의 사무실은 청담동 신축 JYP 사옥 바로 옆 건물에 있었다. 예전보다는  넓었지만 이제 막 e커머스를 시작해 늘어난 직원 40여 명이 쓰기엔 조금 좁아보이기도 했다. 지난 4월 15일 4년 만에 찾은 스타일쉐어  사무실은 도산대로 사거리 대로의 큰 유리건물 6층에 있었다. 입구에서 안을 채 다 볼 수 없을 만큼 넓은 사무실 한쪽에는 스타일 쉐어 포스팅에  올려도 손색 없는 큰 로고와 조명이 설치된 오픈형 휴식공간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자리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그 사이로 밝은 표정으로 서서 회의를 하고 있는 윤자영 대표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 사무실도 4월로 마지막이다. 스타일쉐어는 2018년 3월  온라인 쇼핑몰 29cm를 3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번에 이사 갈 선릉역 사무실에는 29cm도 합류할 예정이다.

스타일쉐어는 e커머스이자 소셜미디어 기업

스타일쉐어가 e커머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4년 간  대부분의 매출 수단은 오프라인 행사인 플리마켓과 패션 브랜드의 광고였다. 커머스를 시작한 다음 해인 2017년 스타일쉐어는 거래 수수료 만으로  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8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2020년 5000억원이 목표다. 29cm도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타일쉐어는 현재 콘텐트 큐레이션 e커머스로 분류되지만, 시작점인 소셜미디어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020세대 유저들이  서로 일상의 패션을 공유한다. 달라진 점은 패션 브랜드가 직접 포스팅을 통해서 판매를 하고, 유저들도 의류 등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쇼핑 품목을 발견해내는 공간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다. 인스타그램이 2017년 쇼핑 기능을 추가하기 전까지  이들은 다이렉트메시지(DM)로 포스팅에 올라온 의류 등을 구입했다. 스타일쉐어는 인스타그램보다 2년 먼저 쇼핑 기능을 포스팅에서  구현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물건 한 번 안 사본 Z세대는 없다. 옛날식으로 공급자가 (이커머스의) 성격을 규정하는 건 더  이상 지금의 유저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이들이 즐기는 콘텐트를 제공해주고 그 안에서 놀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지를 고민한다.  쇼핑은 그 다음이다.” 윤자영 대표는 이커머스의 미래가 자신들에게는 너무 큰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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