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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쓰나미, 글로벌 시장 비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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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호 01면

[SPECIAL REPORT] 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은 무풍지대?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데다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발생하던 ASF가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을 강타하면서 중국발 돼지 파동으로 인해 국제 돈육 시장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번 파동은 2014년 미국에서 발생한 돼지 코로나 바이러스(유행성 설사병) 확산에 이은 것으로 충격파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발병 8개월 만에 중국 전역 확산 #세계 사육량으론 손실 못 메워 #시카고 선물가 두 달새 20% 상승 #1957년 유럽 발병 땐 후유증 30년 #“상륙 막아라” 검역 당국 초비상

ASF는 지난해 8월 20일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생했다. 8개월 후인 지난 21일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성에서 146마리가 감염된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이로써 중국 전역인 26개 성, 5개 자치구에 ASF가 번졌다. 지금까지 8개월 간 중국에서 살처분한 돼지는 공식적으로 101만여 마리다. 이 숫자만 하더라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살처분한 73만 마리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실제로 감염된 돼지는 1억5000만마리가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중국 내 총 사육 돼지 수인 4억4000여만 마리(2018년 기준 미 농무부 자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미국 농무부는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ASF 파동으로 올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10% 이상 떨어지고, 수입량은 전년도보다 41%(220만t)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국제 돼지고기 도매시장의 거래 가격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6월물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3월 1일 파운드당 75.325 센트였던 것이 4월 24일에는 파운드당 92.775 센트로 거래되며 20% 이상 상승했다.

네덜란드 농협인 라보(Rabo)뱅크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저스틴 셰라드는 25일 중앙SUNDAY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경제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라보뱅크는 세계 최대 농산축업 전문 금융회사다.

그는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지역에서는 최고 50%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 농무부의 추정보다 클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평균 생산량은 25~30%정도 줄 것이며 이는 근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감소 규모에 해당한다. 현재 글로벌 돼지고기 생산량으론 중국의 손실을 메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으로의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최대 돼지 사육지이면서 소비지인 독일을 사수하는 일도 발등의 불이다. 그는 “독일 봉쇄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마저 뚫린다면 세계가 돼지고기 부족사태를 겪는다는 이야기다.

국내 검역당국도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중국발 파동의 직접 영향권 밖에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중순 들어 삼겹살 평균 소비자 가격은 100g 당 1905원까지 올랐다. 지난 2월 1684원과 비교하면 약 13% 오른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변화는 아니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돼지고기 수요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준의 가격 증가라는 것이 당국과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은 중국이 수입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 한국 수입량이 줄 수밖에 없고, 하반기부터는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급격한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중국발 돼지 파동은 과거 유럽의 사례에 비춰볼  때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생한 ASF가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을 통해 유럽에 상륙했다. 당시 방역당국 조사 결과 바이러스에 오염된 기내식이 농장의 돼지 먹이로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스페인과 프랑스로까지 확산된 ASF는 30년 동안 유럽 각 나라를 괴롭혔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풍토병화한 ASF는 2007년에도 조지아 공화국에서 다시 시작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로 퍼졌다.

강남규·고성표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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