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은 무풍지대?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 사육국이자 소비국이다. 지난해 이곳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급습했다. 세계가 돼지파동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SUNDAY는 세계 최대 축협인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리서치 헤드 겸 글로벌투자전략가인 저스틴 셰라드와 전화로 긴급히 인터뷰했다. 그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소·닭·양고기 등 ‘세계 동물성 단백질 시장’의 전문가다.
축산 투자전략가 셰라드 #중, 세계 최대 돼지 사육·소비국 #1억5000만~2억 마리 감염된 듯 #각국 수입 제한하고 수출 꺼려 #글로벌 고기 가격 고삐 풀릴 수도
- 서방이 보는 중국 피해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 “ASF 바이러스가 지난해 8월 중국 본토에 전염됐다. 1억5000만~2억 마리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연간 돼지고기 생산량 가운데 30% 정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 손실 규모가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다.
-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 30% 감소는 미국이 한 해 생산하는 돼지고기보다 30% 정도 많은 규모다. 또 유럽이 한 해 생산하는 양과 거의 같다.”
- 중국의 살처분 규모는 크지 않던데.
- “중국의 부정확한 데이터는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도 문제다. 시장이 피해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가능한 한 빠르게 가격이 정상화하는데, 중국의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가 가격 기능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
-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가 돼지고기 아닌가.
- “그들이 돼지고기를 좋아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다른 동물성 단백질로 부족분을 메울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돼지고기 공급 감소량은 닭고기나 양고기, 물고기 등으로 벌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중국은 올해 동물성 단백질 1000만t이 부족할 전망이다.”
-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안 되는가.
- “작년까지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많은 돼지고기를 사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 때문에 글로벌 돼지고기 시장이 파편화하고 있다.”
- 무슨 말인가.
- “ASF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각국이 수입을 제한하고 수출도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자국이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어서다.”
- 글로벌 돼지고기 값이 급등할 듯하다.
- “가격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ASF 바이러스 때문에 돼지고기 수입과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자국 내에서 생산해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가격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 ASF 바이러스가 중국 본토에만 머물고 있는가.
- “아니다. 최근 베트남으로 전염됐다. 베트남 돼지고기 생산량이 1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캄보디아에도 ASF 바이러스가 퍼졌다.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유럽 상황은 어떤가.
- “벨기에에서 발병했다. 독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의 메이저 돼지고기 생산국이다. 독일은 자국으로 전염을 막기 위해 동유럽 등 주변 나라에 방역 설비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 독일 사수가 오래 갈까.
-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방역망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
- 중국 돼지파동이 얼마나 이어질까.
- “중국의 돼지고기 공급량은 단기간 안에 회복하지 못할 듯하다. 그 바람에 중국이 소고기와 닭고기 등 다른 동물성 단백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세계 동물성 단백질 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글로벌 고기 가격이 껑충 뛸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 중국인들은 장기적으로 돼지고기 대신 다른 고기를 먹게 될 수도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저스틴 셰라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응용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라보뱅크에서 농축산물 리서치 부문을 이끌고 있다. 세계 축산물 생산과 유통 과정을 20여년 동안 연구해왔다. 세계자연기금(WWF) 등 비영리 국제기구에 재생 가능한 식량생산 등을 자문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