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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쓰러뜨렸던 허리 병, 수술보다 ‘척추 밀당’이 더 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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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호 28면

생활 속 한방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네 번째 우승 이후 14년 만이다. 그의 성공적인 재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부상과 수술, 긴 침체기를 딛고 일어선 스토리는 드라마틱하다. 목·어깨·허리·무릎·종아리·발 등에 11번의 부상이 잇따랐고 그때마다 수술도 여러 번 받았다. 특히 그는 골프 선수의 생명과도 같은 허리에 네 번이나 칼을 댔다고 한다. 수술과 재수술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신체적 악조건을 극복했다는 점은 그를 더욱 위대한 선수로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측면에선 허리 수술이 얼마나 신체의 부담인지를 말해준다. 우즈의 재기가 ‘허리의 부활’로도 묘사되는 이유다.

장기간 나쁜 자세로 척추 비틀려 #둑에 금 가듯 디스크·협착증 악화 #수술 15%, 재발하거나 만성 통증 #미국서도 최근 비수술 치료 권고 #추나·침·한약으로 10주 만에 완치 #재발 환자 후유증 줄이는 효과도

허리는 타이거 우즈처럼 몸의 축을 한쪽으로만 사용하는 편측 운동을 주로 하는 선수에겐 부상이 잦은 곳이다. 비단 운동선수뿐만이 아니다. 허리 통증은 전체 인구의 80%가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한다고 한다.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척추관협착증이 대표적이다. 오랜 시간 동안 나쁜 자세로 생활하다 척추관절이 비틀어지고 퇴행성 변화가 온다. 둑에 금이 간 것처럼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증상이 생기고 연쇄적으로 악화한다.

마비 될 정도 아니면 비수술 치료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많은 환자가 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수술을 택하곤 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뇨장애나 마비 등이 동반될 정도가 아니면 비수술 치료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진통제 역시 최선은 아니다. 미국 의료계는 근골격계 질환자에 만연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만성 요통 환자에게 수기요법(spinal manipulation) 등 비약물 치료를 우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추나요법과 침·약침·한약 치료를 병행한다. 척추질환에 대한 ‘한방통합치료’다. 통증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신체 불균형, 염증 등 척추질환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척추질환을 통증 부위만 보고 치료해선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뼈와 관절, 근육, 인대 등의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한다. 뼈가 비뚤어진 상태가 지속하면 특정 부위에 비정상적인 부하가 걸린다. 결국 관절 주변 연부조직이 약해지면서 통증과 염증이 생긴다. 비뚤어진 관절을 교정하지 않으면 재발하거나 통증이 만성화하기 쉽다. 한의사가 비뚤어진 뼈와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손 또는 신체 일부로 밀고 당겨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는 한방 수기요법인 추나요법이 한방통합치료의 중심을 차지하는 배경이다. 추나요법은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는 근골격계 정렬을 바로잡는 근본치료다.

추나요법과 병행하는 침 치료는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한약치료는 손상된 근육과 인대 등을 강화해 관절 변형과 조직 파괴를 억제하는데 유용하다. 한방통합치료는 불균형한 신체를 교정하고 염증을 해소해 통증을 잡고 근골격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학술지 ‘BMC 보완대체의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결과 약 8주 만에 통증이 50% 이하로 감소했다. 16주 후에는 20% 이하로 줄었다. 허리디스크 환자의 경우 통증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4주, 완치 단계까지는 10주가 걸렸다. 비수술 치료로 디스크 완치 단계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된다는 기존 학설이 있었지만, 더 빨리 호전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2~3개월에 걸쳐 10회 정도 추나요법을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임상에서 보면 추나요법으로 치료했을 때 허리 통증이 1~2개월 이내에 급격히 호전되고, 3개월 후에는 90% 가까이 줄어든다. 이러한 추나요법은 지난 8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추나요법이 국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통증의 근원인 척추부터 바로 세워야

한방통합치료는 척추 수술실패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과 같은 수술 부작용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척추 수술실패증후군은 척추 수술 후 척추와 다리에 만성적인 통증이 남아있거나 재발한 것을 말한다. 척추 수술 환자의 약 15%가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척추 수술 후 요통·하지 통증이 지속하거나 1년 이내에 재발한 환자 120명에게 16주간 한방통합치료를 한 결과 통증 호전율이 24주 후 89.4%에 달했다. 이들은 수술 후 통증 지수(VAS)가 6 이상(최고치 10)인 환자들이었다. 이들의 기능장애 지수(dysfunction index, 가장 나쁨 100점 기준)도 치료 전 41.3에서 24주 후 23.6, 1년 후 23.1로 줄었다.

한의학은 전인적 관점에서 질환을 예방하면서 치유를 모색한다. 신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척추질환 치료에서 한방치료가 강점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행복’이 우리 사회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오랜 세월 마음껏 활동하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척추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신준식 한의학 박사 대한한방병원협회장

신준식 한의학 박사 대한한방병원협회장

신준식 한의학 박사·대한한방병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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