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카운터어택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준 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은퇴경기를 마친 드웨인 웨이드가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은퇴경기를 마친 드웨인 웨이드가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경기장에 그가 들어섰다. 긴 세월 누볐던 곳인데 그의 표정이 어색했다. 잠시 후 경기장 한쪽에서 다섯 사람이 등장했다. 손에 뭔가를 든 사람들이 말했다.

“나는 많은 사람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동네 출신입니다.”(A) “대학 진학이 꿈이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B) “처음부터 당신 팬이었던 남동생이 총기 참사 때 숨졌어요.”(C) “성탄절 열흘 전 집에 불이 나 모든 걸 잃었습니다.”(D)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생각되는 길을 선택했어.”(E)

A는 12년 전 농구캠프에서 그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B는 4년간 그가 준 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C는 농구화에 남동생 이름을 새긴 그를 보며 위로받았다. D의 가족은 그의 지원으로 외롭지 않은 성탄절을 보냈다. 마약상이었던 E는 교도소로 면회 간 그의 눈물을 통해 새 인생을 살게 됐다. 한 맥주회사가 광고를 통해 소개한 이들의 사연이다.

‘그’는 드웨인 웨이드다. 2003년 미국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에 입단, 명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NBA 파이널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올스타에 13차례 뽑혔고, 2010년엔 MVP도 차지했다. 농구 ‘드림팀’ 일원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도 땄다. 자선가로도 유명하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온라인 백과사전)에서 웨이드를 찾으면 ‘박애(Philanthropy)’라는 항목이 있다.

올 시즌 은퇴를 앞두고 웨이드는 경기마다 상대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했다. 광고 속 다섯 사람이 손에 든 건 유니폼을 대신할 뭔가였다. A는 첫 취직 면접 때 입은 재킷을, B는 대학 졸업 가운을, C는 남동생의 마지막 결승전 경기복을, D는 자신이 만든 셔츠를, 목사가 된 E(웨이드의 어머니다)는 설교 가운을 웨이드에게 줬다.

드웨인 웨이드(왼쪽)와 르브론 제임스가 웨이드의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서로의 유니폼으로 교환하고 있다. [NBA 홈페이지]

드웨인 웨이드(왼쪽)와 르브론 제임스가 웨이드의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서로의 유니폼으로 교환하고 있다. [NBA 홈페이지]

웨이드와 유니폼을 교환한 선수 중에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있다. 웨이드는 제임스에게 준 유니폼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알던 나보다, 나를 더 훌륭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Thanks for pushing me to be greater than I knew I was)’. 내가 알던 세상보다,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웨이드.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