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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다른 일정, 부총리는 산불…김정은 환영만찬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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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5시) 전용열차를 이용해 현지에 도착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해군 함정 진수식에 참석하고 상원의원들과의 정례 회의를 했다. 앞서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크렘린(대통령궁) 출입기자단은 2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대변인이 기자단에게 “25일 정상회담은 오후 1~2시쯤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절모·롱코트 김일성 차림으로 #하산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이번이 방러 마지막 아니다” #푸틴은 다른 일정 있어 만찬 불발

김 위원장이 24일 첫 주요 공식 일정으로 푸틴 대통령이 주재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초 1박2일로 예상됐던 정상회담 일정도 당일 회담이 되는 모양새다.

러시아 측의 공식 환영 만찬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푸틴 대통령 대신 환영 만찬을 주재할 것으로 관측된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도 관할구역인 동시베리아 자바이칼리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으로 달려갔다.

푸틴 대통령은 26~27일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달려온 타국 정상이 회담 주최국 정상을 기다린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을 에워싸고 달리는 북한 경호원들. [로이터=연합뉴스]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을 에워싸고 달리는 북한 경호원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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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북·러 국경을 넘어 러시아 하산에서 러시아·조선(북한) 친선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영접을 나온 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으로 최고위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도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그럼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검은 모직 롱코트에 중절모를 쓴 그는 전용열차에서 내린 뒤 역 앞에서 러시아 의장대 사열 등 약 15분간의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인근에 대기 중이던 전용차량인 마이바흐S62에 올라탔다.

연해주 주정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하산에서 진행된 환영행사 중 코줴먀코 주지사에게 “이번 방러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관계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하산에 도착한 직후 러시아 국영TV 채널인 로시야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지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공동으로 조정해 나가기 위해 유익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다른 나라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문국의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정상국가 지도자의 외교 관례를 따르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현지의 북한 식당은 한글과 러시아어로 “오늘은 사정에 의하여 봉사(영업)를 하지 않습니다”고 적은 흰 종이를 출입문에 붙여놓고 불을 꺼놓은 상태였다. 극동연방대를 졸업한 안철환 변호사는 “최근 북한 측 인사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의 방문을 맞아 블라디보스토크는 곳곳에 경비가 삼엄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엔 보안검색대가 출입구마다 설치됐다. 현지 경찰인 옥사나 이바노프는 “북측에서 오는 VIP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 안에 배치된 사복 경찰은 “북쪽 손님은 몇 시에 오냐”는 질문에 유창한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 김희진(24)씨는 “김정은 위원장을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5일엔 푸틴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한 뒤 문화 공연을 곁들인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연회에 러시아 측에선 발레, 북한 측에선 부채춤 등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북한 유학생과의 간담회를 하고 현지 경제산업 시설을 시찰한 뒤 27일께 평양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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