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대전역세권 개발…‘철도 도시’ 위상도 흔들?

대전시 동구 주민들이 대전역 서광장에서 선상야구장 유치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전역은 영화 ‘대전발 0시 50분’, 가요 ‘대전부르스’ ‘가락국수’, 6·25전쟁 당시 순직한 철도 기관사 추모 동상 등 철도 관련 문화 콘텐트를 갖고 있다. 대전은 1905년 대전역이 들어서면서 생긴 철도 도시다.

“역세권 개발 탄력 기대했는데…” #상업시설 유치 12년째 제자리걸음 #프로야구장 무산 … 사업자도 발 빼 #전문가 “지역 발전 전략 수립해야”

하지만 요즘 철도 도시 대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역세권 개발이 10년 넘게 진전이 없는 데다 대전역 관련 새로운 문화 콘텐트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대전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대전시는 코레일과 협의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민자 유치 공모를 다시 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시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3차례 대전역 주변을 개발할 민간 업체를 공모했지만 나서는 데가 없었다.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 사업은 대전시 동구 소제동 일대 10만 6742㎡를 1조4900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낙후된 이곳을 재개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문화 콘텐트 등도 확충하자는 취지다. 사업비는 모두 민간 업체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실시한 3차 사업자 공모에서 복합쇼핑몰이나 컨벤션센터, 호텔 등도 짓도록 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전시는 앞으로 민자를 유치할 때 상업시설 면적(일정 규모 이상)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주거 시설 등을 포함해 자유롭게 사업 계획을 짜보라는 것이다.

1922년 대전역 전경. [연합뉴스]

대전시 정무호 도시재생주택본부장은 “인구 150만 도시에 백화점 2∼3개를 합친 규모의 상업 시설을 지어 운영하기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대전역이 사통팔달의 요지인 만큼 이 부담을 덜어준다면 사업자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가 1조원을 과감히 투자할 정도로 매력적인 요인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 3월 마감한 3차 공모 당시 한 대기업이 대전역 일대에 야구장을 건립(선상 야구장)하며 사업에 나설 뜻을 보였지만, 야구장 유치가 무산되면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이글스가 사용할 새 야구장은 중구 현 한밭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짓기로 결정됐다.

이와 관련, 선상야구장 건설을 추진했던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선상 야구장 건설로 대전역세권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대전역세권 개발을 서둘러 추락하는 철도 도시 대전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은 경부선 철도가 건설된 1905년 당시 인구 3000명이었다. 이후 1914년 호남선 철도가 대전역에 개통하고 각종 개발이 이뤄지면서 150만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대전역은 역세권 개발이 지지부진하고 서대전역은 2015년 4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한 이후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서대전역은 KTX 열차가 하루 4번만 정차하는 간이역 수준으로 전락했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대전역세권 개발 지연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와 서대전역의 추락은 대전의 인구 감소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전시가 제대로 된 지역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열정을 갖고 추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