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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레와 콜라텍, 가장 차이나는 건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38) 

나는 시간이 나면 운동하러 콜라텍을 자주 찾는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걱정 없고 커피 한 잔 값으로 두세 시간 보낼 수 있으니 부담 주지 않아 좋은 운동이다. [사진 정하임]

나는 시간이 나면 운동하러 콜라텍을 자주 찾는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걱정 없고 커피 한 잔 값으로 두세 시간 보낼 수 있으니 부담 주지 않아 좋은 운동이다. [사진 정하임]

나는 시간이 나면 운동하러 콜라텍을 자주 찾는다. 어쩌면 춤과 콜라텍은 내 삶의 일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술 생각나면 술집에 가서 술 한잔하듯 춤 생각나면 콜라텍에 가서 마음껏 춤 한 번 추고 온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걱정 없고 커피 한 잔 값으로 두세 시간 보낼 수 있으니 부담 주지 않아 좋은 운동이다. 생각할수록 춤 배우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춤을 추면 심심할 겨를이 없어서 좋다. 처음 춤을 출 때는 가족을 속이면서 다녔지만, 이제는 가족들이 이해해 주는 덕분에 당당하게 다닌다.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존중해 주는 일이 진정한 배우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내 입장에서 배려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춤추는 사람들이 이구동성 어찌어찌 지인들 권유로 춤을 배웠는데 춤을 춰 보니 참 잘한 일이라며 후회하는 사람이 없다. 나 역시 지금처럼 춤이 핵심취미가 되어 은퇴 후 내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살 게 되다 보니 춤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생활하다 보면 한두 시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못하고 낭비하게 된다. 나는 늘 바쁘게 살아온 탓인지 한 시라도 쉬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중압감이 들어 은퇴 후는 여유를 가지려고 일부러 노력하지만 잘 안 된다.

특히 도시 이동 중 기차 시간이나 버스 시간이 딱 맞지 않아서 두세 시간 시간이 생기면 당황하게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대부분 사람은 대합실이나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당구를 좋아하는 남성들은 당구장에 가지만 여성들은 혼자인 경우 커피숍에 가거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이나 검색하며 시간을 죽이게 된다.

나는 시간만 나면 언제나 춤출 준비가 되어있어서 운동하며 보낸다. 도시가 낯설든 낯익든 새로운 사람들과 춤을 추면서 도시를 이해하게 된다. 커피값으로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어 좋고 다이어트에 좋으니 이보다 더 좋은 시간 보내기가 어디 있으랴.

오늘은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카바레를 방문하게 되었다. TV 방송 섭외가 들어와서 같이 출연할 연주자를 섭외해 놓았는데 연주가가 마침 수도권의 카바레 연주자다. 영등포를 벗어나 무도장 방문은 처음 있는 일이다. 평일 오후 3시에 도착했는데도 카바레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콜라텍만 성황인가 했더니 카바레도 평일에 손님으로 이렇게 붐비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춤 인구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카바레와 콜라텍은 다른 점이 많다. 카바레는 40~50대가 대부분이고 콜라텍은 60~70대가 대부분이다. 차림새도 콜라텍은 생활체육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다니지만 카바레 옷차림은 더 멋을 내고 춤 의상을 갖춘 상태였다. [사진 pexels]

카바레와 콜라텍은 다른 점이 많다. 카바레는 40~50대가 대부분이고 콜라텍은 60~70대가 대부분이다. 차림새도 콜라텍은 생활체육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다니지만 카바레 옷차림은 더 멋을 내고 춤 의상을 갖춘 상태였다. [사진 pexels]

외관은 오래된 낡은 건물로 내부 규모도 작은 편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소개해 준 사람은 연주자들의 음악이 좋아서 손님이 많다고 했다. 내가 좋은 콜라텍을 고르는 조건 중 1위가 음악이라고 했듯이 카바레 성패도 음악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음악은 카바레 음악이 더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는 분위기였다. 음악 템포가 빨라서 나이가 많은 실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연주자들의 실력은 콜라텍보다 더 전문성이 느껴졌고 선곡이 젊은 분위기였다.

분위기는 콜라텍과 다른 점이 많았다. 우선 규모 면에서 콜라텍보다 작았고 이용하는 사람들 나이가 훨씬 젊었다. 콜라텍에 드나드는 실버들의 경우는 보통 60대 후반에서 70대가 대부분인데 카바레는 역시 40~50대가 대부분이었고 60대는 가장 왕언니에 해당했다. 차림새도 콜라텍은 생활체육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다니지만 카바레 옷차림은 더 멋을 내고 춤 의상을 갖춘 상태였다. 춤의 형태도 달랐다.

콜라텍은 춤추는 공간과 음식 먹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만 카바레는 춤추기와 술 마시기를 같은 공간에서 한다. 콜라텍은 경제적인 운동 공간이어서 입장료와 보관료가 저렴하지만 카바레는 기본 술값으로 기본 안주를 포함해 맥주 3~4병에 3만원을 받았다.

실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대임을 알 수 있다. 역시 실버들의 여가 문화로는 콜라텍 문화가 적격이라는 생각을 해 보고 콜라텍은 실버들을 대표하는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맘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매력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위생상태는 콜라텍이 카바레보다 훨씬 앞서갔다. 이유는 콜라텍은 음료나 차, 술을 마시는 공간과 춤을 추는 공간이 분리되었지만 카바레는 술과 춤이 어우러지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카바레는 왠지 술 분위기가 강한 공간이었다. 카바레는 춤추는 홀에서 술과 흡연을 하기에 실내에 먼지, 담배 냄새, 술 냄새가 혼합된 칙칙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실내 공기는 콜라텍이 청정한 편이었다.

실버 여가 문화에 최고인 춤을 즐기기 위한 장소로는 역시 콜라텍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콜라텍 기능이 점차 생활체육에 근접해 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카바레와 차이점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춤에 대한 관심과 끼는 어디서 온 것일까 생각해 보고 우리 민족은 흥이 많은 민족임을 알게 된 하루였다. 이제 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건전하게 태동하고 있다.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생활체육으로 건전하게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정하임 콜라텍 코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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