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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어둡게… 벚꽃엔딩을 잘 찍는 다섯가지 테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

'찍는 건 니 맘, 보는 건 내 맘' 이라지만 사진은 찍는 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매체다. 중앙일보 기자로 필드를 누볐던 필자가 일반적인 사진의 속살은 물론 사진 잘 찍는 법,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 삶 속의 사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수구초심이라고 했나요. 봄, 계절이 시작되면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갑니다. 아름다운 벚꽃길이 많은 곳입니다. 올해는 ‘벚꽃엔딩’을 보기 위해 좀 늦게 갔습니다. 때마침 꽃샘추위와 함께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눈처럼 내립니다(첫번째 사진).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두번째 사진은 몇 년 전에 서울 근교 주말농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꽃잎이 시냇물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장면입니다. 이른바 ‘낙화유수’입니다. 셔터 타임을 느리게 해서 찍었기 때문에 꽃잎의 흐름이 둥근 원을 그립니다. 가운데 있는 꽃잎은 멈춰 있습니다.

낙화를 볼 때마다 ‘생멸(生滅)’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꽃은 떨어져야 꽃이 된다’ 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나 꽃일 수는 없습니다. 수정을 마치고, 아니 생명을 잉태하고 스러지는 숭고의 ‘멸(滅)’입니다. '벚꽃엔딩’을 빠르게, 또 느리게 찍어봤습니다.

사진 노트

벚꽃엔딩, 2019, 문경, ISO 100, f 2.8, 셔터 타임 1/2500초. [사진 주기중]

벚꽃엔딩, 2019, 문경, ISO 100, f 2.8, 셔터 타임 1/2500초. [사진 주기중]

벚꽃 잎은 아주 작기 때문에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에는 잘 보이지만, 사진으로 찍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또 순간적으로 날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기다려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찍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벚꽃 잎은 흰색입니다. 어두운 배경을 선택해야 눈에 잘 보입니다. 배경의 힘은 인생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아마추어는 대상을 보지만 프로는 배경을 본다고 이야기합니다.

둘째, 셔터 타임을 빠르게 하면 꽃잎이 정지된 상태로 나오고, 길게 하면 꽃잎의 흔적이 남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삼각대를 받쳐놓고 미리 준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셋째, 조리개(f값)는 열어주고, 셔터 타임은 빠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개를 열면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이 흐려져서 꽃잎이 크게 보입니다.

넷째, 역광 빛을 이용합니다. 역광을 받아야 어두운 배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흰색 꽃잎은 역광 빛을 받으면 더 밝게 반짝입니다.

다섯째, 노출은 카메라 노출계가 표시하는 것보다 약간 부족하게 찍는 것이 좋습니다. 배경을 어둡게 할수록 상대적으로 밝은 꽃잎이 강조됩니다.

낙화유수, 2013, 서울, ISO 50 f22, 셔터 타임 1/4초. [사진 주기중]

낙화유수, 2013, 서울, ISO 50 f22, 셔터 타임 1/4초. [사진 주기중]

사진은 아주 짧은 순간에 찍기도 하지만 셔터 타임을 길게 해서 움직이는 피사체의 흔적을 담기도 합니다. 사진2는 소용돌이치는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꽃잎의 움직임을 표현했습니다. 셔터 타임을 길게 해서 소용돌이에 휩쓸린 꽃잎의 흔적을 찍은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손으로 들고 찍으면 흔들리기 때문에 반드시 삼각대를 사용해야 합니다. 셔터 타임은 물결의 속도에 따라 조정합니다. 사진은 1/4초로 찍은 것입니다. 더 느리게 찍었다면 바깥에 있는 꽃잎이 소용돌이를 따라 완전히 뭉개져 둥근 선처럼 나타나겠지요.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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