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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카자흐스탄 비핵화는 큰 영감"

중앙일보

입력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카자흐스탄 모델’을 언급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누르술탄 대통령궁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누르술탄 대통령궁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누르술탄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은 한반도 비핵화에 영감을 주고 있다”며 “우리는 이와 관련한 대화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환영하고 앞으로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씀했다.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12월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1410개의 핵탄두와 100여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40대의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 됐다.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 반대가 있었음에도 ‘핵 대신 경제 발전’이라는 정책을 폈다.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받은 서방의 투자금을 발판으로 카자흐스탄은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가 넘는 중앙아시아 1위의 경제국이 됐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하면서 북한을 향해 카자흐스탄식 핵포기 성공 사례를 따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한-카자흐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카자흐스탄은 세계 4위 수준의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하고 비핵화를 통해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모범 사례”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지면 양국 간 경제협력도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철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 이후 중국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해 중국·몽골·러시아까지 하나로 묶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발표한 상태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강태화 기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철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 이후 중국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해 중국·몽골·러시아까지 하나로 묶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발표한 상태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강태화 기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토카예프 현 대통령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 대해 더 비중 있게 언급했다. 이는 카자흐스탄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독립 이후 28년간 집권해오다 지난 3월 19일 임기를 남겨놓고 돌연 사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상원의장이 잔여임기를 승계한다는 카자흐스탄 헌법에 따라 임명된 임시 대통령이다. 후임 상원의장에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장녀가 선출돼 6월 9일 대선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현지에서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장녀가 권력을 승계하게 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의사 결정에서 초대 대통령의 권위 있는 의견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카자흐스탄 정부는 당초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등급인 ‘도스특(Dostyk)’ 훈장을 문 대통령에 수여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정치 일정 등의 이유로 수여식을 취소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훈장 수여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9일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당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9일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당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별도의 접견을 했으며 국빈 만찬 역시 현직이 아닌 전직 대통령과 진행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의 친교 만찬은 7박 8일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 마지막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후 전용기를 타고 귀국한다.

누르술탄(카자흐스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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