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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용 드론의 두 얼굴 '안티 드론' 확산…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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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 

중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드론 군사로봇 '블로피시-A2'. 자율적으로 고정 표적을 감시하고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중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드론 군사로봇 '블로피시-A2'. 자율적으로 고정 표적을 감시하고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무인기로 불리는 드론 전성시대다. 전쟁터에서 정찰과 공격은 물론이고, 민간 부분에서도 레저, 방송촬영, 관측, 택배 배송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가트너 같은 여러 외국 자문기관은 드론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드론 시장이 1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드론을 4차산업 혁명 시대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지정했다.

국방부 드론 공격 대응 불가능 #프 원전, 미 백악관, 영 공항 기습 #일본에선 원전 모래 수상관저 투하 #군 레이더 탐지 대상 드론으로 확대

드론이 늘어나면서 드론에 의해 안전은 물론이고 안보까지 위협하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드론에 의한 안전 위협 사례는 공항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년 12월 영국 개트윅 공항, 올해 1월에는 영국 히스로 공항,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 그리고 3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드론 때문에 운항이 중단되는 등 드론이 항공기 운항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2014년 11월에는 프랑스 원전 주변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몰하여 프랑스 정부에 비상이 걸렸었고, 2015년 1월에는 미국 백악관에 드론이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2015년 4월에는 일본 수상관저에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지역의 모래를 담은 드론을 날려 보낸 사건이 일어났다.

이라크 경찰이 IS 공격에 사용한 드론과 수제 폭탄 [사진 bellingcat.com]

이라크 경찰이 IS 공격에 사용한 드론과 수제 폭탄 [사진 bellingcat.com]

군사적 위협도 늘어나고 있다. 상용 드론이 널리 퍼지면서 군은 물론이고 테러집단까지 사용하는 실정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이슬람국가 IS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드론에 수제 폭탄을 달고 공격하는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라크군도 IS의 드론 운용에 영향을 받아 IS 공격에 상용 드론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론에 권총이나 소총, 또는 로켓 발사기까지 다는 등 드론의 무기화 방법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북한이 날려 보낸 무인기가 서울과 서해 5도 상공은 물론이고 사드가 배치된 성주까지 날아가 사진을 찍고 돌아간 것을 발견하는 일이 있었다. 이때 사용된 무인기는 중국 업체들이 만든 것들이었다. 이 사건도 상용 제품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언제든지 전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민군 겸용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14년 북한이 날려보낸 무인기들 가운데 하나는 중국 마이크로플라이사의 UV10CAM를 기반으로 한다. [사진 마이크로플라이사 홈페이지]

2014년 북한이 날려보낸 무인기들 가운데 하나는 중국 마이크로플라이사의 UV10CAM를 기반으로 한다. [사진 마이크로플라이사 홈페이지]

하지만, 민간에서 쓰이는 드론은 작고, 대부분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늘에 떠 있는 동안은 그 존재를 알기 어렵다. 북한이 날려 보낸 엔진을 사용하는 무인기도 비행고도가 높으면 인간의 눈과 귀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장벽 등 지상으로부터의 침입을 상정한 기존 보안 시설로는 드론의 침입이나 드론에 의한 촬영 등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드론 성장의 그림자, 안티 드론 시장 확대

안전과 보안 등을 위협하는 드론에 대응하는 것을 안티 드론이라고 한다. 외국은 드론 시장과 함께 안티 드론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안티 드론 시장이 2018년 4억9900만 달러에서 2024년에는 22억7600만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티 드론 기술도 드론을 직접 막지 않는 수동적인 수단과 떠 있는 드론을 무력화 또는 파괴하는 능동적인 수단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수동적인 것으로는 비행금지구역 지정, 드론과 운용자 등록, 드론에 비행금지 구역에 대한 GPS 정보 입력, 드론 발견 시 색출 등이 있다. 능동적인 것으로는 포획, 전파방해, 직접적인 파괴 등이 등이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DJI의 드론 [사진 DJI]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DJI의 드론 [사진 DJI]

안티 드론을 위해서는 크게 탐지와 대응기술이 필요하다. 탐지와 대응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영외 순찰 등의 경우 돌발상황에 대응하여 대응 기술이 독자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드론 탐지에는 음향, 무선주파수, 영상, 열상, 그리고 레이더 탐지가 사용된다. 이 가운데 가장 멀리서 탐지할 수 있는 것은 레이더다. 우리나라는 북한 무인기 사건 이후 외국에서 드론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를 긴급하게 도입하여 배치했다. 그리고, 차기 국지방공레이더에 소형 드론 탐지 능력을 부여하느라 개발 완료 시기가 늦춰지기도 했다. 여러 수단이 함께 쓰이기도 한다. 일부 외국 업체들은 레이더로 탐지하고 위치를 확인하고, 영상으로 드론을 식별하는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 SME 컨소시엄의 SME 드론 대응 시스템 [사진 blighter.com]

영국 SME 컨소시엄의 SME 드론 대응 시스템 [사진 blighter.com]

대응 기술은 크게 비파괴적 방법과 파괴적 방법으로 나뉜다. 파괴는 기관총이나 미사일 등을 무기를 사용하며, 최근 레이저를 이용한 요격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 파괴는 민간인 거주지역과 인접한 경우 사용이 어렵다. 그래서 평시 안티 드론 대응은 비파괴적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비파괴적 방법으로는 드론의 비행을 방해하기 위한 전파 교란이 있다. 조종에 필요한 주파수를 간섭하거나, GPS 신호를 교란하여 비행을 중단시키거나, 자동 복귀 모드를 갖춘 드론일 경우 원래 위치로 돌아가도록 할 수도 있다.

우리 군의 안티 드론은 얼마나?

우리나라도 안티 드론이 준비되고 있다. 외국 공항의 사고를 계기로 공항공사 등에서 예산을 들여 안티 드론 시스템을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드론 탐지가 가능한 민수용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정찰과 공격을 위한 활용과 함께 반대로 우리 군의 안티 드론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을까? 우리 군은 군단급에 이어 사단급, 대대급까지 다양한 무인기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군이 지상정보단 산하에 무인기에서 무인지상차량까지 운용하는 드론봇 전투단을 편성시켰다. 드론봇 전투단은 다양한 드론 운용을 통해 군의 전투 능력 배양에 힘쓰고 있다.

2016년 미 공군 연구소 AFRL 주관 안티 드론 대회에 참가한 드론 포획용 네트 탑재 드론 [사진 미 국방부]

2016년 미 공군 연구소 AFRL 주관 안티 드론 대회에 참가한 드론 포획용 네트 탑재 드론 [사진 미 국방부]

공세적 목적의 드론 사용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군의 안티 드론은 아직 부족하다.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 이후 일부 중요 시설에 탐지 레이더를 도입하여 배치했고, 대응 시스템은 도입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일부 레이더가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주로 야전 방공용이다. 국방부나 각 군 본부 등 중요 시설 등에는 아직 드론에 대응할 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다.

4월 9일, 군사 관련 정보를 전하는 미국의 밀리터리닷컴(military.com) 웹사이트에 주한미군이 왜관에 있는 캠프 캐롤에서 지난 1월 실시한 드론 대응훈련이 소개되었다. 이 훈련에 주한미군은 어벤저 대공방어시스템과 함께 스팅어 휴대용대공미사일과 드론 디펜더라는 재밍장비로 구성된 대응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방어시스템은 X밴드를 사용하여 작은 표적도 잡아낼 수 있는 센티넬 레이더의 지원을 받았다.

2018년 8월 드론 디펜더 재밍장비를 시험중인 주한미군 [사진 미 육군]

2018년 8월 드론 디펜더 재밍장비를 시험중인 주한미군 [사진 미 육군]

주한미군은 작년 8월에도 드론 디펜더 재밍장비를 사용하여 침입한 드론에 대응하는 훈련을 했었다. 드론 디펜더는 드론의 주파수를 교란하는 휴대용 장비로 500m 거리의 드론까지 대응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전시 동원되는 군사용은 물론이고 평시 있을 수 있는 상용 드론까지 포함하여 폭넓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상용 드론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있었다. 2015년 7월, 인도-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파키스탄군이 인도군이 보낸 정찰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군은 인도군이 해당 드론을 사용하여 정찰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인도군은 이를 부인했다. 중국 DJI는 격추된 드론은 자사의 팬텀(Phantom)-3 모델이라고 확인했지만, 자신들은 인도 정부에 직접 이 드론을 판매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DJI의 드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용 드론이다. 이런 드론을 고의성을 가지고 중요 군사설 인근에서 날릴 경우 어떤 피해가 올지 장담할 수 없다. 전국 각지의 공군 기지만 하더라도 드론으로 인해 긴급 출격이 방해받을 수도 있다. 우리 군도 단순히 비행금지 구역 설정과 같은 법규에 기대지 말고, 단순한 호기심이든 불순한 의도든 안보를 위협하는 드론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안티 드론은 드론 확산의 어두운 면이지만, 필연적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관련 국내 기술과 상품의 개발을 위해서도 군의 안티 드론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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