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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싱크대 옆엔 콩나물, 창틀엔 당근 화분…직접 키워 바로 먹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베란다 채소밭' 블로거인 장진주(맨 왼쪽)씨가 김수연(가운데)·정해린 학생기자에게 무순 싹이 난 화분을 보여주고 있다.

'베란다 채소밭' 블로거인 장진주(맨 왼쪽)씨가 김수연(가운데)·정해린 학생기자에게 무순 싹이 난 화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린 핑거(green finger)’라고 들어봤나요. 초록색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식물을 잘 길러내는 사람을 가리켜요. 집에서 어떤 채소든 척척 길러낼 수 있다면 마트에 가지 않아도 상추쌈이나 샐러드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채소를 싫어하는 친구라면 딸기·수박·방울토마토 같은 맛있는 열매를 길러 따 먹을 수도 있겠죠. 김수연·정해린 학생기자단이 그린 핑거로 소문난 블로거이자 생물 강사인 장진주씨를 만났습니다.

“어서 와요!” 소중 기자단을 반갑게 맞은 장씨는 먼저 새싹이 가득 돋아난 조그만 화분들을 보여줬어요. 불과 이틀 만에 무순 싹이 이만큼 자랐다는 말에 수연·해린 학생기자가 신기한 듯 화분을 들여다봤죠. “새싹채소는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고 금방 키워 수확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채소 키우기 초보자들이 첫 번째로 도전할 만하다”고 장씨가 설명했어요.

“꼭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채소는 누구나 키워볼 수 있어요. 베란다가 있다면 구석구석 활용할 공간이 많고요. 베란다가 없거나 햇빛이 잘 들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적은 햇빛에 잘 자라는 샐러리·돌나물을 기를 수 있죠. 부엌 싱크대 옆에 숙주나물·콩나물 같은 채소를 기르면서 물을 갈아주기만 하면 직접 기른 콩나물을 넣고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어요.”

수연이는 “예전에 집에서 상추를 길러서 고기 구울 때 쌈 싸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어요. 해린이도 “방울토마토랑 강낭콩을 키워봤다”고 했죠. 장씨는 “눈으로 보기만 하는 예쁜 꽃과 식물도 물론 좋지만, 채소는 맛있게 먹을 수도 있으니까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어요. 상추와 방울토마토, 강낭콩을 길러본 적 있는 두 친구가 채소 키우는 방법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놨습니다.

장진주씨가 키웠던 새싹청경채.

장진주씨가 키웠던 새싹청경채.

장진주씨가 키웠던 적색무순. 새싹인 상태에서 수확해 먹어도 되고 잎이 조금 더 자란 후 어린잎채소로 먹어도 좋다.

장진주씨가 키웠던 적색무순. 새싹인 상태에서 수확해 먹어도 되고 잎이 조금 더 자란 후 어린잎채소로 먹어도 좋다.

수연 “채소는 기르고 싶지만 벌레가 생길까 걱정돼요.”

“징그럽긴 하지만 벌레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채소를 기르다 보면 벌레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힘들죠. 식물의 즙을 빨아 먹으려고 찾아오기 때문이에요. 식물은 진화 과정에서 수분 손실을 줄이려고 잎의 윗면은 매끈하게 코팅을 하게 됐어요. 벌레들은 즙을 짜 먹기 좋은 잎의 뒷면에 주로 붙어 있으니까 뒷면을 자주 확인해야 해요. 진딧물 같은 벌레가 보이면 손으로 잡아서 집 밖에 버리거나 죽이는 수밖에 없어요. 정 손으로 만지기 싫다면 테이프로 벌레를 붙여서 떼거나 흐르는 물로 씻어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벌레를 제거하지 않으면 채소를 다 갉아먹을 뿐 아니라 바깥에서 병균을 옮겨 식물을 죽게 할 수 있어요.”

해린 “물은 얼마나 자주 얼마만큼 줘야 하나요? 화분에 우유를 주면 좋다던데 정말인가요?”

정해린 학생기자가 루꼴라 잎을 만져보고 있다. 어느 정도 자란 모종을 사면 씨앗부터 키우는 것보다 기르기 쉽다.

정해린 학생기자가 루꼴라 잎을 만져보고 있다. 어느 정도 자란 모종을 사면 씨앗부터 키우는 것보다 기르기 쉽다.

“식물에게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빨래가 잘 마르는 조건과 비슷해요. 햇빛이 쨍쨍하고 바람이 잘 불고 빨래가 넓게 펼쳐져 있을 때 잘 마르겠죠. 잎사귀가 큰 식물은 물을 더 자주 줘야 해요. 화분 밑에 있는 구멍으로 불필요한 물은 빠져나가기 때문에 단순히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식물이 죽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문제는 햇빛이 부족하거나 흙의 상태가 좋지 않아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죠. 식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화분의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한 번 주는 게 좋습니다. 우유는 주지 마세요. 우유를 냉장고에 넣지 않으면 상하듯이 상온에 둔 화분에 우유를 주면 부패한답니다.”

수연 “채소가 자라면 화분도 바꿔주고 흙도 갈아줘야 하지 않나요? 어떤 흙이 좋은 흙인가요?”

“화분에 채소를 심었을 때 흙 윗부분을 지상부, 그 아래는 지하부라고 부르는데, 그 비율이 비슷한 게 좋아요. 채소가 얼마큼 자라는지에 따라 처음부터 그에 맞는 화분에 심는 게 좋죠. 특히 채소는 자라는 속도가 빠르니까요. 중간에 화분을 바꾸면 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싫어해요. 흙은 밖에서 그냥 퍼오기보다 원예용 ‘상토(배양토)’를 구입해 쓰는 게 좋습니다. 밖에서 퍼오는 흙에는 벌레나 바이러스 등이 섞여 있을 수 있거든요. 흙에는 영양분이 들어있는데, 식물이 다 빨아 먹어 바닥나면 꽃집에서 퇴비를 사서 흙 위에 조금씩 뿌려주는 게 좋아요. 화분의 전체 흙의 10% 이하의 양만 주도록 합니다. 너무 많이 주면 채소가 삼투압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돼요.”

학생기자단이 작은 화분에 무순과 적색무순 씨앗을 심어봤다.

학생기자단이 작은 화분에 무순과 적색무순 씨앗을 심어봤다.

물이 담긴 통에 화분을 넣어 밑에서부터 물이 스며들도록 한다.

물이 담긴 통에 화분을 넣어 밑에서부터 물이 스며들도록 한다.

비닐을 씌워 습도를 유지한다.

비닐을 씌워 습도를 유지한다.

해린 “집에서 키우기 좋은 채소를 추천해 주세요.”

“무순·콩나물·숙주나물·알팔파·청경채 등 새싹채소는 키우기 쉬워요. 잎사귀나 열매까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새싹은 금방 먹을 수 있죠. 또 상추·치커리·방울토마토 등 모종으로 파는 것을 사서 키워보는 것도 좋아요. 씨앗부터 키우기보다 쉽답니다. 오이·수박·호박·멜론 같은 열매채소들은 키우기 쉽지는 않지만 도전해보길 추천하고 싶어요. 주먹만 한 수박이라도 갈라서 먹어보면 시원하고 달콤해서 정말 맛있어요. 이런 채소들은 암꽃과 수꽃이 피는데 암꽃 밑에 손톱만 한 열매를 매달고 나와서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죠. 꽃은 시들고 손톱만 하던 열매가 점점 자라나요.”

수연 “정성껏 키웠는데 시들어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죽어버린 채소는 안타깝지만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로 ‘난 채소 키우는 데 소질이 없나 봐’라며 포기하지 말고, 그 이유가 뭔지 인터넷이나 책을 보면서 찾아보세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죠. 저도 여러 번 채소가 시들고 실패한 경험을 했어요. 처음부터 타고난 ‘그린 핑거스’는 없답니다.”

오이의 암꽃은 꽃 아래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매달고 나온다.

오이의 암꽃은 꽃 아래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매달고 나온다.


<주전자 콩나물 기르기>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커다란 시루에 담긴 콩나물을 본 적 있나요. 집에서는 주전자나 냄비, 일회용 테이크아웃 잔 등을 이용해 콩나물을 기를 수 있어요. 1리터짜리 주전자는 크기도 적당하고 공기는 잘 통하면서 햇빛은 막아주죠. 게다가 물을 갈아주기도 편리해서 콩나물 기르기에 제격입니다.

1 주전자 바닥에 콩이 깔릴 만큼 담는다. 마트에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쥐눈이콩을 사면 된다. 녹두를 사서 키우면 숙주나물이 된다.
2 주전자에 물을 반쯤 채우고 따뜻한 곳에서 하루 동안 콩을 불린다.
3 불릴 때 쓴 물은 비우고 새 물을 부어 콩을 헹구듯 따라낸다. 이때 주전자를 세게 흔들면 콩이 쪼개지므로 주의한다.
4 매일 아침·저녁으로 콩을 물로 헹궈준다. 뚜껑은 항상 닫아둔다.
5 일주일쯤 되면 콩나물이 자라 뚜껑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콩나물을 수확해 맛있게 먹는다.

<무순 기르기>

조그만 화분에 씨앗을 심어 새싹이나 어린잎을 수확해 샐러드를 만들 수 있어요. 씨앗은 꽃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1000~2000원에 살 수 있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카페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 찌꺼기를 섞으면 좋아요.

1 흙과 커피 찌꺼기를 고루 섞어준다. 커피 찌꺼기의 양이 절반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2 화분의 높이보다 1㎝ 정도 낮게 흙을 채운다. 흙을 너무 꾹꾹 눌러 담으면 채소가 뿌리를 내리기 힘들다. 살살 담은 뒤 톡톡 털어서 화분 속 빈 공간이 채워지도록 한다.
3 흙 위에 씨앗을 흩뿌린 뒤 그 위에 다시 흙을 살짝 덮는다. 씨앗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을 정도면 된다.
4 커다란 통에 물을 담고 화분을 절반 정도 담가 밑에서부터 흙이 물을 흡수하도록 한다. 스스로 물을 빨아들이면서 흙의 색깔이 진해지는 것이 보인다.
5 물을 충분히 머금었으면 습도 유지를 위해 비닐봉지 안에 넣어준다. 너무 꽉 묶지 말고 숨을 쉴 수 있게 살짝 닫아준다.
6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따뜻한 곳에 놓는다. 이틀 정도 지나서 싹이 트면 비닐봉지를 걷어낸다.
7 흙이 마르면 화분을 다시 물에 담가준다. 먹을 땐 줄기를 가위로 잘라서 수확한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식물을 많이 키워봤지만 정확한 정보를 공부해 보지는 않았는데 이번 취재 덕분에 여러 유용한 정보도 알아보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도 매우 친절하고 재미있으셔서 좋았고 여러 가지 새로 키워볼 만한 식물도 알게 됐어요. 취재 때 배운 대로 집에서 콩나물을 직접 키워볼 생각이에요. 김수연(서울 서래초 6) 학생기자

그동안 꽃이나 학교에서 가져온 강낭콩, 토마토만 키워봤는데 이번에 무순을 심어봐서 너무 재밌었어요. 화분에 우유를 주면 더 잘 자랄 줄 알았는데 주면 안 된다니 놀라웠죠. 또 흙 외에 커피 찌꺼기로도 채소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다음에는 커피 찌꺼기를 사용해 채소를 심어봐야겠어요. 정해린(서울 경복초 5) 학생기자

글=최은혜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수연(서울 서래초 6)·정해린(서울 경복초 5) 학생기자, 도움=장진주 『열두 달 베란다 채소밭』(조선앤북)·『나는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한다!』(경향미디어) 저자, ‘후둥이의 베란다채소밭 & 옥상텃밭’ 블로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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