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세계 건축계의 상징이 된 이름이다. 그의 건축 세계를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가 오는 25일 개봉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그의 건축은 그 자체로 예술로 평가받는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공법은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지 오래다. 한국에도 그가 설계한 건축이 여럿 있다.
산중 숨은 미술관 – 강원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 산중에 숨은 미술관. 해발 275m 산중에 틀어박혀 있는데,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뤄 더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700m 길이의 산책로를 따라 웰컴센터·플라워가든· 워터가든·명상관·스톤가든·제임스터렐관이 이어진다.
워터가든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물 위의 건물’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 뮤지엄 본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개관한 명상관은 돔 형태의 건물로 멀리서 보면 아담한 구릉처럼 보인다. 제임스터렐관은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강원도의 맑은 하늘이 비춘다.
전망 좋은 건축 –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제주도 동쪽 끝 섭지코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이 섭지코지 휘닉스아일랜드에 두 개나 있다. 절벽 끝에 자리한 글라스하우스는 흡사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는 듯한 모습이다. 2층에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는데 바다전망이 좋아 관람객 많이 찾는다. 웨딩 장소로도 유명하다. 1층에는 지포 뮤지엄이 있다.
유민 미술관(지니어스 로사이)은 땅속에 묻혀 있는 듯한 모양의 건축이다. 건물 곳곳에서 섭지코지의 바람·빛·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이 연출돼 있다. 군데군데 창이 나 있는데, 각도에 따라 성산 일출봉, 하늘, 너른 평원 등 제주의 풍경이 액자처럼 담긴다. 사진도 잘 나온다. 유민미술관에선 프랑스 아르누보(1894년부터 약 20년간 유럽 전역에서 일어났던 공예디자인 운동) 양식의 유리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 중산간에 비스듬히 - 제주 본태박물관
제주 중산간 지역의 지형을 최대한 살려 건축한 곳이다. 굴곡진 경사면을 깎지 않고 건물을 올렸다.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제2박물관은 멀리 산방산과 마라도를 바라보도록 남향에 통창을 냈고, 대지가 낮아 멀리 내다볼 수 없는 제1박물관에는 박물관 앞에 인공호수를 두어 균형을 맞췄다. 안도가 제주 중산간 지역을 빛이 잘 들고 바다 전망이 좋은 공간으로 해석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본태박물관은 전통 민예품이 놓인 제1박물관,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된 제2박물관과 별채 제3박물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해 있다.
도심 속 안도의 흔적 - 서울 JCC(재능문화센터)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혜화파출소와 연우소극장을 거치면 재능교육의 JCC아트센터와 JCC크리에이티브센터가 나타난다. 장식 없는 노출 콘크리트 외벽, 비탈진 주변 자연에 맞춰 비스듬히 들어선 구조 등 안도 다다오 특유의 건축 양식이 잘 드러난다. JCC아트센터는 콘서트, 전시를 위한 공간, JCC크리에이티브센터는 다양한 강연과 행사가 열리는 문화 공간이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