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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68차례 조현병 치료…“선행도 많이 했다” 조사 중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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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위해 싸우기도 하고 약한 친구와 어울려 지냈다. 실직 이후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간식도 나눠줬다.”

피해자 가족들 “국가 책임져야”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경찰 조사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순전히 안인득의 진술이고 실제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 및 배신감이 증폭되어 적대감이 커지던 중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1일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안인득은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약 5년간 68차례 조현병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사건 발생 3년 전부터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안인득이 2010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해 재판에 넘겨졌을 때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처음으로 받은 후 약 5년간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은 안인득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화·살인 범행 이전 약 2년9개월여간은 병원에 다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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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수차례 조사한 결과 안인득이 10년 전쯤 김해 한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산재 처리를 신청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사회 불만이 가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안인득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3000여 건에 달하는 통화내용, 컴퓨터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 작업을 이어가며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범행 당일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산 점, 대피하는 주민의 급소를 노린 점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 2자루도 지난달 중순 진주의 한 재래시장에서 안인득이 구매한 것으로 추가 확인했다.

경찰은 다양한 증거 자료와 프로파일러 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한 뒤 다음주 중 안인득 사건을 검찰로 넘길 계획이다. 앞서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5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다쳤다.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황모(74)씨 장례 절차가 21일 오전 열렸다. 조규일 진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불교식 발인제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숨진 5명의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들은 정부에 치료비 등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사건 발생 전 여러 차례 경찰 등에 안인득의 난동 등을 신고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참사로 이어진 만큼 국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주=위성욱·남궁민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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