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 지역인 행주대교 인근. 최근 이 지역에서는 등이 굽은 기형 물고기가 잡히고 신종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등 생태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어민들은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 등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에서 내보내는 ‘방류수’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어, 제대로 된 수처리와 수질 개선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 #분해 어려운 오염물 정화 신기술 #촉매 바꾸고 소량 전기 흘려보내 #기존 2배 효율, 반영구적 유지 가능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경기도 고양시의 의뢰를 받아 해당 지역에 대해 수질 검사를 한 결과, 방류수 배출지역 인근에서 화장품·위생용품의 성분인 ‘머스크 케톤’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어획량 감소와 생태계 변화에 머스크 케톤이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놀·염료·항생제 등 분해가 어려운 오염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1일 김종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연구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물속 오염물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새로 개발한 촉매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면, 현재 상용화된 수처리 방식보다 오염물 분해 효율을 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김종식 박사는 “기존 수처리 방식에는 오염물 분해제인 ‘OH 라디칼’이 주로 사용됐다”며 “물속에서 OH 라디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철 이온과 과산화수소를 지속해서 공급해줘야 했다”고 기존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존 촉매로 사용된 철이온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 공급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철이온 대신 산화철(Fe2O3·Fe3O4) 기반 촉매를 새롭게 개발하고, 과산화수소가 계속해서 생성될 수 있도록 물에 0.04와트의 매우 약한 전류를 지속해서 흘려주는 방법을 시도했다. 김 박사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기존에 쓰던 OH 라디칼보다 효율이 높은 황산이온(SO4) 기반 라디칼이 생성된다”며 “특히 새로 개발한 산화철 기반 촉매는 SO4 라디칼을 표면에 단단히 묶어둘 뿐만 아니라 물에 잘 녹지 않아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O4 라디칼은 어떤 성분의 오염물이든 마치 ‘소각’하는 것처럼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바꾸기 때문에 OH 라디칼보다 효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해당 수처리 촉매 및 공정을 공업용·상업용 폐수 처리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촉매 B : 환경’(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에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