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한국 기업 유명한데 한국 대학 ‘무명’인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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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애덤스 박사는 영국 THE 세계대학평가 지표를 설계한 대학 및 연구 평가 전문가다. 그는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 대학의 평판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코리아]

조너선 애덤스 박사는 영국 THE 세계대학평가 지표를 설계한 대학 및 연구 평가 전문가다. 그는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 대학의 평판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코리아]

“한국이 놀라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어떤 대학이 뛰어난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죠.”

대학평가 전문가 조너선 애덤스 박사 인터뷰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조너선 애덤스 영국 ISI(과학정보연구소) 이사는 “한국 대학과 연구자들의 국제적인 평판이 높지 않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SI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SCI(과학인용색인)’를 만든 기관이다. ‘SCI급 논문’이라는 말은 이곳에서 구축한 세계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논문을 뜻한다. 세계적인 대학 평가 전문가인 애덤스 박사는 지난 2009년 영국 THE(타임스 고등교육) 세계대학평가의 평가 지표를 설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각국 대학을 분석해온 애덤스 박사를 만나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물었다.

세계 각국의 연구성과를 분석해온 전문가로서 한국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학문은 매우 성공적으로 발전해왔다.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자국의 연구·기술 수준에 대해 저평가하는 것 같다.
한국 대학은 연구의 양은 급속히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세계적으로 한국의 기술 경쟁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삼성과 같은 한국 기업이 알려져 있고 IT(정보통신) 등 공학 기술이 특히 뛰어나다. 그런데 한국 대학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KAIST나 서울대가 어떤 연구에 뛰어난지 해외에서는 잘 모른다.
해외에서 한국 대학의 평판이 낮은 이유는 뭔가.
가장 큰 이유는 국제 협력의 부족이다. 영국의 경우 연구 논문의 50% 이상이 국제 협력을 통한 결과물이다. 케임브리지대 같은 곳은 논문의 60~70%가 국제 협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30% 미만 수준이다. 자국 학자들끼리만 연구하면 다른 국가에서는 한국의 어느 대학, 어떤 사람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한국이 협력을 원한다는 인식조차 없을 수 있다.
조너선 애덤스 박사가 지휘하는 ISI(과학정보연구소)는 현재 국제 학술 정보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코리아]

조너선 애덤스 박사가 지휘하는 ISI(과학정보연구소)는 현재 국제 학술 정보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코리아]

국제 협력은 왜 중요한가.
국제 협력을 통한 연구 결과물의 품질이 더 높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지금은 어느 한 분야 전문가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대다. 한국은 공학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의학이나 바이오 등 분야는 다소 부족하다. 이런 분야에 강한 국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하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이 앞다퉈 해외 대학과 연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데.
총장끼리 만나서 협정서에 사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양국 연구자들이 실제로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다. 대학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연구 협력 의지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최근 중국, 인도 등의 과학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파문을 가져오고 있다. 논문의 양이 짧은 시간 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 또 중국은 너무 빨리 성장하다 보니 국제적 수준의 표준을 지켜왔는지 의문스러운 면이 있다. 인도는 잠자는 거인(sleeping giant)이다. 세계적인 수학자, 공학자 가운데 인도인이 많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인도가 아닌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 있다는 점이 인도의 문제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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