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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원전발전 줄인지 2년···에너지 수입비용 77%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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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30~35%로 하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안이 19일 발표됐다. 지난 2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권고한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 비중을 맞추다 보면 전기요금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안 공청회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비중 30~35%" vs "30%도 상당히 도전적 수치"

2017년 7.6%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로, 2040년 30~35%로 급격히 늘리게 되면 비용이 증가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우리가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로 무작정 가기 힘든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면서 석탄과 원전발전을 줄이자 최근 에너지 수입량과 구매비용이 급증했다고 짚었다.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은 1451억 달러로 2년 전보다 77% 늘었다. 총수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9.7%에서 올해 2월 30.1%로 증가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중앙포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중앙포토]

이 교수는 "이는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값비싼 LNG를 늘리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비싸기는 하지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LNG다. 아직 재생에너지가 유효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현재 태양광 등은 전기로 쓰기 위해 필수인 '계통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면서 "계통연결을 기다리는 태양광 등이 2년 치가 밀려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은 하루 3.4시간 정도만 실제 전력생산이 가능해 발전효율도 떨어진다"면서 에너지 저장시스템(ESS)도 발전효율이 60% ~70%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결국 에너지 전환에 따른 요금인상이 나오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석탄발전 줄이고 LNG 늘리면 전기요금 오를 것, "10~13% 증가 예측"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실제 유연탄 사용 비중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게 하려면 적어도 유연탄 세금을 ㎏당 100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연탄 세제개편이 1㎏당 126원일 경우 내년에 석탄발전 비중은 23%로 줄어들고 LNG 비중은 35%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개편 전 기준 세율 시나리오 대비 10~13%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늘리다 보니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이것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와 에너지 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2016년 1조7954억원이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지난해 2조5963억원을 돌파했다.

한편 이번 안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 틀을 제시한 것이다 보니 전기요금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믹스의 전환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논의 중이며 상반기 중 결론을 낼 계획이다.

전기요금은 원가‧외부비용 요금을 적기에 반영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녹색 요금제▶수요관리형 요금제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가스 요금의 경우 연료전지용 요금 신설이 추진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발전사 간 공정 경쟁을 위한 발전용 개별요금제도 도입된다.

재생에너지 비중 7.6%에서 2040년 30~35%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한 30~35%도 관심사였다.

이는 워킹그룹에서 최초로 권했던 40%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난 수치다. 그러나 30%도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30% 이상 목표치는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전망보다 높은 증가율 실현을 예상한 수치"라며 "30%도 상당히 도전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다른 선진국은 수력발전 비중이 높지만 한국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70%가 편중됐다는 점이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2040년 전력 수요 3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려면 그 안에서 70% 이상이 태양광·풍력이 될 것인데 아직 이 발전들은 효율성이 낮다"고 짚었다. 또 주민 수용성·관련 폐기물 처리 등의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란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발전은 과감하게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규 석탄 발전소 금지, 경제성 없는 노후 석탄발전소 추가 폐지 등이 이뤄질 것이다"면서 "구체적인 석탄 감축 목표·수단은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경우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을 줄이겠다는 정부가 온실가스와 관련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이소영 변호사는 "5개월간 정부 안 발표가 늦어진 이유는 온실가스 3400만t 이슈였다"면서 "이번에 그 이슈를 빼버린 채 아무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2030년의 에너지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당초 워킹그룹 권고안에도 언급돼 있었고 이번에 당연히 같이 도출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밖에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지난해 고양 열 수송관 파열, 올해 4월 강원도 화재 등을 계기로 에너지원의 전주기 안전관리도 강화될 방침이다. 에너지 전주기 안전관리에는 ▶열 수송관▶가스 배관▶송유관▶지중선 등이 포함된다.

에너지 사용 최적화 등 에너지 효율 제고 항목에는 2028년까지 형광등을 시장 퇴출하겠다는 세부 목표도 있다. 정부는 형광등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19일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국회보고를 거칠 예정이다. 또 에너지위원회·녹색성장위원회·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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