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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전 지은 죄 드러나 추가 기소…法 “마음대로 감경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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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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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33회에 걸쳐 마약을 판매했다가 징역 4년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된 조모(38)씨는 추가 범죄로 인해 또 한 번 기소됐다. 100만원을 받고 일명 ‘허브마약’이라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한 혐의가 새로 드러난 것이다. 허브마약은 가루로 돼 있어 이를 담배와 함께 흡입하면 환각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마약류다.

마약 33회 팔아 4년, 1회 팔아 1년6월 #후단경합범 감경 놓고 1·2심 판단 엇갈려 #다수의견 "후단 경합범도 일반 감경 적용" #소수의견 "피고인 책임에 비해 불합리한 결과"

조씨는 2015년 10월에 이어 그해 11월에도 허브마약을 팔려고 했으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검찰은 1회의 마약 판매와 1회의 미수를 적용해 조씨를 기소했고 1심은 조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앞서 징역 4년이 선고된 혐의와 같은 시기에 행해진 범죄지만 재판이 따로 이뤄지면서 조씨의 형량은 총 5년 6월로 늘었다. 조씨처럼 이미 유죄가 확정됐지만 그 전에 저지른 관련 범죄로 추가 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는 사람을 후단 경합범이라 한다.

그러나 2심은 1심이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고 징역 6월로 형을 감경했다. 2심 재판부는 “추가 기소된 범행이 이전에 판결된 것과 동종의 죄인데 이 범행이 그 전에 같이 재판받았을 경우와 비교해 형평에 맞게 선고됐어야 한다”며 “후단 경합범은 형평성을 고려해 감경 범위의 제한을 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이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이 형법에서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상 감경방식을 따라야 하는지를 두고 다르게 판단하면서 조씨의 형량이 갈렸다. 일반적 감경에 관해 규정한 형법 제55조 1항은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이를 따랐지만 2심은 “후단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 형법 제39조 1항이 우선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8대 4의 다수의견으로 후단 경합범에 대해 감경할 때에도 일반적 감경 방식에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후단 경합범에 대해 엇갈리는 판결을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피고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형의 범위는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야 하고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다른 성질의 감경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후단 경합범에 대해 형의 감경만으로 형평에 맞는 결과를 끌어낼 수 없다면 형을 면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후단 경합범이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심할 경우 면제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다.

한편 "후단 경합범은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도 감경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후단 경합범의 감경에 관한 형법 조문은 일반적 감경을 규정한 법률과 별도로 봐야 한다”며 “후단 경합범에게 형법 제55조 1항을 적용한다면 피고인의 책임에 가장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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