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설가 이외수가 수달에게 하소연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설가 이외수씨(왼쪽)과 수달. 김춘식기자 [연합뉴스]

소설가 이외수씨(왼쪽)과 수달. 김춘식기자 [연합뉴스]

소설가 이외수씨가 수달에게 사냥을 멈춰달라며 읍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18일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 연못 '몽요담'을 찾았다가 연못 주변에 죽은 채 널브러진 산천어들을 목격했다. 연못 위에는 산천어들이 배를 드러낸 채 둥둥 떠 있었고, 주위 계곡 틈새마다 죽은 물고기가 발견됐다.

이씨에 따르면 이 물고기들은 이씨가 지난 16일 100만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연못에 풀어놓은 150여 마리 가운데 일부로 나머지 산천어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처참한 현장의 범인으로 수달 무리를 지목했다. 이날 새벽 5시쯤 지인으로부터 수달 4마리가 연못에 난입해 난장판을 만들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잽싸게 도망쳤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죽은 산천어 [양지웅=연합뉴스]

죽은 산천어 [양지웅=연합뉴스]

산천어축제 홍보대사인 이씨는 문학 연수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천의 대표 물고기인 산천어를 매년 연못에 풀어왔다. 그때마다 수달이 연못을 찾아와 배를 채우긴 했다. 이에 이씨는 "수달도 감성마을 주민"이라며 반가워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처참한 광경을 맞이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산천어를 풀어놓자마자 수달 무리가 연못을 찾았고, 배를 채운 뒤 장난 삼아 물고기를 죽여 땅 위에 널브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이달 말 연수생들이 감성마을 찾기로 했다며 연못을 참혹하게 만들어 놓은 수달을 원망했다.

그는 "사냥도 좋지만, 너무 폭식하지 말고 내 사정도 봐주면서 끼니만 채우고 돌아가달라"면서 "27일에는 감성마을 문학 연수가 있으니 그때까지만 참아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