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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진실 봉인되나…法 "협상 문서 비공개해야"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협상’ 관련 문서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2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앞서 1심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문서를 공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민감한 외교관계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문용선)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엎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그 뒤로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주장하는 사진 등이 걸려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그 뒤로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주장하는 사진 등이 걸려있다. [뉴스1]

1심 “위안부 합의 내용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송 변호사가 공개를 요구한 건 2014~2015년 14차례에 걸쳐 이뤄진 국장급 협의 과정이 기록된 문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강제 징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발표했지만 그가 강제 연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에 위안부 징용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2017년 1월,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협상 문건을 공개하라”며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12ㆍ28 위안부 합의로 이 문제가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피해자 개인들로서는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존엄성 침해, 신체 자유의 박탈이라는 문제였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대한 채무의식 내지 책임감을 가진 문제로 사안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심 “협상 과정 공개되면 韓ㆍ日 관계 심각한 타격”

하지만 2심은 위안부 협상 과정이 공개되면 한ㆍ일 관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 보았다. 2심 재판부는 “일본 측 입장이 동의 없이 노출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외교적 신뢰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 충돌이나 외교관계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조약이나 협정을 맺을 때 협상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외교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고, 협상 내용 공개가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었다.

2심 패소 판결 직후 송 변호사는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문제이며 국가의 기본적 책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상의해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2심 판결 직전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2) 할머니는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에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길 원한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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