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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8’ 앤 해서웨이 1500억 다이아몬드 주인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15)

1월에서 12월까지 달마다 탄생석이 있다. 4월의 탄생석은 보석의 황제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다. 4월의 탄생석인 다이아몬드가 눈을 사로잡는 영화가 있다. 2018년 개봉했던 ‘오션스8’.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버금갈 만큼 패션이 화려하고 다양한 주얼리가 등장한다.

톱스타 다프네(앤 해서웨이 분)가 투생 목걸이를 처음으로 착용하는 장면. 무게 6파운드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인 투생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사진 영화 '오션스8' 캡처]

톱스타 다프네(앤 해서웨이 분)가 투생 목걸이를 처음으로 착용하는 장면. 무게 6파운드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인 투생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사진 영화 '오션스8' 캡처]

5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출소한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 분)은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 분)와 함께 한탕을 계획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패션 행사인 ‘메트 갈라’에 참석하는 톱스타 다프네(앤 해서웨이)의 목에 걸린 1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그녀들의 표적. 목걸이 이름은 ‘투생’이다. 과연 1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은 이 영화 속의 존재였을까?

결론을 말하면 그렇지 않다. 1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은 실재했다. 프랑스 보석 브랜드인 까르띠에의 걸작이었다. 투생을 만든 이는 까르띠에 설립자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의 손자 자크 까르띠에였다.

그는 인도의 한 군주를 위해 이 화려한 목걸이를 만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투생이라는 이름도 실존인물에서 땄다.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쟌느 투생(Jeanne Toussaint)’이 목걸이 이름의 주인공이다. 까르띠에는 그녀를 기리기 위해 영화의 화려한 주인공인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투생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투생의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투생’을 재현한 오션스8 제작진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쟌느 투생’이 목걸이 이름의 주인공. 까르띠에는 그녀를 기리기 위해 영화의 화려한 주인공인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투생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사진 영화 '오션스8' 캡처]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쟌느 투생’이 목걸이 이름의 주인공. 까르띠에는 그녀를 기리기 위해 영화의 화려한 주인공인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투생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사진 영화 '오션스8' 캡처]

'오션스8'에 나오는 목걸이는 투생을 재현한 것이다. 물론 영화 속 투생은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다이아몬드와 거의 흡사해 보이는 지르코늄으로 만든 것이다. 제작진은 투생을 만들 당시 실제로 썼던 까르띠에의 디자인 스케치와 사진을 참조해 외양만큼은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까르띠에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까르띠에는 파리에 있는 ‘하이 주얼리 아뜰리에’에 전문가들을 모두 불러모아 목걸이의 재현을 시작했고, 빨라야 8개월이 걸릴 것이라던 작업을 8주 만에 마칠 수 있게 했다.

영화 속 목걸이가 진품과 다른 점은 지르코늄이란 점 외에도 크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진품은 남성인 인도 군주가 걸기 위한 것이었지만, 영화 속에선 앤 해서웨이의 목에 걸기 위한 것이니 진품보다 실제 사이즈가 15~20%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치밀한 계획에 따라 투생 목걸이를 손에 쥔 산드라 블록 일당은 지상에 단 하나뿐인 투생목걸이를 여러 개의 새로운 주얼리로 변신시킨다. 심지어 귀걸이와 팔찌 등으로도 바꿔 버린다. 그런 뒤 일당 7명이 각기 나눠서 착용하고 유유히 메트 갈라 행사장을 빠져나온다. 역사적인 목걸이를 조각조각 내 완전히 다른 주얼리로 바꿔 버리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까르띠에 컬렉션’

영화에 나오는 까르띠에 매장 내외부 전경. 실제로 까르띠에 매장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사진 영화 '오션스8' 캡처]

영화에 나오는 까르띠에 매장 내외부 전경. 실제로 까르띠에 매장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사진 영화 '오션스8' 캡처]

영화에는 뉴욕의 랜드마크인 52번가의 플래그십 스토어(까르띠에 매장)가 등장한다. 실제로 까르띠에 매장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비록 투생은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니지만, 영화 속 까르띠에 매장에 등장하는 보석은 모두 진품이다.

촬영 시기는 일년 중 주얼리 업계의 최대 피크인 12월이었는데, 영화촬영을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의 영업을 이틀간 중단했다. 자사의 역사적 명품이 등장하니만큼 까르띠에 또한 제작진 못지않게 영화에 올인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하이 주얼리, 주얼리 컬렉션, 시계와 액세서리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유서 깊은 까르띠에 컬렉션을 영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앤 해서웨이는 투생 목걸이 말고도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컬렉션인 ‘팬더’의 주얼리와 시계를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1500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 이름의 주인인 '쟌느 투생'. 1933년부터 1970년까지 40년 가까이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쟌느는 당대의 보석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퍼블릭도메인)]

1500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 이름의 주인인 '쟌느 투생'. 1933년부터 1970년까지 40년 가까이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쟌느는 당대의 보석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퍼블릭도메인)]

1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의 스토리를 소개한 이유는 이름의 주인인 쟌느 투생이 떠올라서였다. 1933년부터 1970년까지 40년 가까이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쟌느는 당대의 보석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의 대표적 작품은 표범을 보석에 형상화한 ‘팬더’ 컬렉션인데, 지금도 까르띠에의 아이콘이다.

쟌느 투생을 말할 때 그의 강인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를 상징하는 ‘황금 철창에 갇혀 있는 새’라는 이름의 브로치를 디자인(1940)했다가 독일군에게 소환되어 감옥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굴하지 않았다. 1944년에 파리가 해방되자 ‘자유’를 상징하는, 철창 밖에서 날개를 활짝 편 ‘자유로운 새’ 브로치를 디자인해냈다. 4월의 탄생석,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리고 굽히지 않는 쟌느 투생의 강인함. 참으로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까.

민은미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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