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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이미선 감싸기’는 친(親)주식-반(反)부동산 시그널?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은 투자 대상이 아닙니다. 합법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이냐 생각하다 주식 거래를 했습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35억 원대(부부 합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판사인 이 후보자가 연간 1억여원, 변호사인 남편이 5억 3000만원을 버는데 투자할 곳을 찾다가 부동산 대신 주식을 택했다는 얘기였다. 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금리가 낮아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앙포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앙포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런 시각을 거들었다.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식 거래를 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자본주의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때에도 민주당 의원과 이 후보자가 비슷한 문답을 했다.

▶조응천 의원=“남편이 주식에 관심이 많나요?”
▶이미선 후보자=“제가 확인한 바로는 배우자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조응천 위원 =“부동산은 그냥 거주의 수단이지요.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 투자라는 것은 미덕일 수가 있지요?”
▶이미선= “예.”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청와대의 ‘이미선 밀어붙이기’가 문재인 정부의 ‘친(親) 주식 성향’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유지해 온 ‘반(反) 부동산’ 기조 때문에 ‘친 주식’으로의 전이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인 ‘증권거래세’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증권거래세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그가 매입한 상가 [중앙포토·연합뉴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그가 매입한 상가 [중앙포토·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은 주식 거래 활성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는 “현 정부가 주식 시장이 관심을 두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주식 투자를 편히 하는 데 무게를 두기보다는 기업 환경을 개선해 그 효과로 주가가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의 경제통인 최운열 의원은 “부동산으로 갈 유동 자본이 주식시장으로 올 수 있도록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주가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KOSPI) 지수는 1월 28일 최고점(2598.7)을 찍었다. 하지만 12월에는 2000포인트대 초반으로 50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비슷한 기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하 리얼미터 기준)은 1월 첫째 주 71.6%를 찍은 뒤 지속해서 하락해 연말 40%대 후반으로 빠져 주가지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그래서일까. 최근 인사와 관련해서도 ‘부동산 투기’에는 엄격하고 ‘주식 의혹’에는 너무 관대한 패턴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부동산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아파트가 즐비한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일대. [사진 부산시]

아파트가 즐비한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일대. [사진 부산시]

이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2월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 세율을 인하하겠다”면서도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홍 부총리는 “시장에서 부동산 거래세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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