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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IP 청주 '김마리아' 알고보니 40억대 사기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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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뭉치 이미지. [중앙포토]

돈뭉치 이미지. [중앙포토]

재력가 행세를 하며 40억원대의 투자 사기를 벌인 50대가 붙잡혔다.

경찰, 고수익 미끼 투자금 41억 가로챈 50대 입건 #명품가방·의류 대량 구입…백화점서 큰 손 행세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개인 사업자들에게 접근해 거액의 투자금을 맡기면 원금의 3.5%를 매월 이자로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달아난 혐의(사기)로 A씨(53)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부터 최근까지 백화점에 입점한 점주와 자영업자 등 10명에게 약 4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출신인 A씨는 2015년 하반기부터 ‘김마리아’란 가명으로 청주에서 사채업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지 않아 가진 돈을 모두 잃으면서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이 재력가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전직 은행 간부였던 B씨와 청주의 한 백화점을 드나들었다. 백화점에서 명품가방이나 의류, 보석 등 고가의 물품을 대량 사들이거나 고급 미용실에 다니면서 투자자를 소개받았다. 만나는 사람에게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또 내연관계로 추정되는 B씨를 은행 지점장으로 소개하며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A씨가 2017년 당시 지급 능력이 없으면서도 월 수익을 보장해줄 테니 돈을 맡기라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며 “지난 11일 잠적하기 전날까지 원금의 3.5%를 이자로 꼬박꼬박 지급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 흥덕경찰서 전경

청주 흥덕경찰서 전경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 최대 12억원을 A씨에게 투자했다. 경찰은 A씨가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지 않고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경찰에서 “피해자들에게 받은 원금 41억원은 이자를 갚는데, 모두 써서 한 푼도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이자를 제외한 투자금 원금을 고가의 물품 구매나 생활비로 탕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H백화점에서 연간 3000만원 이상 소비하는 고객에게 부여하는 VIP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A씨가 김마리아란 가명을 사용해 VIP 회원으로 등록된 것은 맞지만, 입점한 점주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A씨가 사기를 치려고 최근 3년 동안 백화점에서 의도적으로 돈을 많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가족 등 명의로 된 차명계좌 3개를 활용해 투자금을 받아온 것을 확인했다. A씨의 승용차를 몰았던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 B씨에게도 사기 행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락을 끊고 잠적한 A씨는 지난 16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지인의 집에 숨어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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