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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4000억 투자해 LNG운반선 건조한 까닭은.."美 셰일가스 200만t 수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 E&S가 건조한 LNG 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의 모습. 이달 26일 명명식을 마치고 호주로 떠날 예정이다. 민간 업체가 LNG 운반선을 운영하는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사진 SK E&S]

SK E&S가 건조한 LNG 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의 모습. 이달 26일 명명식을 마치고 호주로 떠날 예정이다. 민간 업체가 LNG 운반선을 운영하는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사진 SK E&S]

북위 35도 28분 588초.
동경 129도 24분 205초.

17일 오후 1시 40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장. SK그룹이 2000억원을 들여 건조한 천연가스(LNG) 운반선 조타실 내 GPS 장비는 현대중공업 앞바다를 가리켰다. 조타실 내부로 페인트 냄새가 몰려왔다. LNG 7만5000t을 운반할 수 있는 이 선박 조립에 투입된 파이프 길이만 10㎞ 이상이다. 이세근 SK해운 수석감독은 "대마도 인근까지 시험운행을 마쳤고 명명식에 앞서 마지막 페인트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LNG 운반선은 민간 최초 

SK그룹 내에서 LNG 사업을 맡은 SK E&S가 건조한 천연가스 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는 이달 26일 명명식을 열고 LNG를 나르기 위해 호주로 떠난다. SK E&S는 5월 중으로 또 다른 LNG 운반선 한 척을 현대중공업에서 인도할 예정이다. 박형일 SK E&S LNG부문장은 "국내 민간 기업 중 LNG 운반선을 건조해 운영하는 건 SK E&S가 최초"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의 LNG 운반선은 총 27척으로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2017년 전세계 천연가스 거래 추이

2017년 전세계 천연가스 거래 추이

SK E&S LNG 운반선 2척은 2020년 상반기부터 미국 멕시코 만에 위치한 프리포트(Freeport) LNG 액화터미널을 통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미 우드포드(Woodford) 가스전 사업에 투자해 향후 20년간 미국산 LNG 200만t을 매년 들여올 수 있는 계약을 맺은 바가 있다. 박형일 부문장은 "이번 LNG 운반선 인수로 가스전-LNG 터미널-발전소로 이어지는 LNG 밸류체인을 민간 기업으로서 국내 최초로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 E&S는 2005년 인도네시아 탕구(Tangguh)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가스전과 LNG 발전소에 투자를 이어왔다. 2006년 가동을 시작한 광양천연가스발전소를 비롯해 전국에서 총 4개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중이다.

SK E&S가 건조한 LNG 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의 모습. 이달 26일 명명식을 마치고 호주로 떠날 예정이다. 2020년부터 미국산 셰일가스를 실어나를 계획이다. [사진 SK E&S]

SK E&S가 건조한 LNG 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의 모습. 이달 26일 명명식을 마치고 호주로 떠날 예정이다. 2020년부터 미국산 셰일가스를 실어나를 계획이다. [사진 SK E&S]

세계 에너지 기업은 LNG 전쟁 중

SK가 LNG 운반선 직접 건조에 나선 건 세계 에너지 업계 사이에선 LNG 발 빅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미국 정유 기업 셰브런이 지난 12일(현지시각) 37조원을 투자해 에너지 기업 아난다코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난다코는 아프리카 등에서 LNG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이다. 이를 두고 셰브런이 LNG 분야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아난다코를 인수했다고 분석이 많다. 블룸버그는 "아난다코가 아프리카 모잠비크 인근 해역에서 LNG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는데 셰브런의 이번 인수는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 위스 셰브런 CEO는 "멕시코만 등에서 아난다코가 개발하고 있는 LNG 가스전 등은 이 분야에서 셰브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별도로 세계 에너지 업계 1위 기업인 엑슨모빌도 향후 2년간 설비 투자에 650억 달러(73조 8800억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중 절반이 셰일가스 등 LNG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더치셸은 캐나다 LNG 가스전 개발에 1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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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가 주목받고 있는 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에너지원인 석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셰일가스 채굴 기술이 늘면서 LNG 소비가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셰일가스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세계 31개국에 약 187조 4000억m³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인류가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중에서 중국에 매장된 셰일가스는 31조m³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어 아르헨티나(22조m³), 알제리(20조m³), 미국(18조m³), 캐나다(16조m³) 순이다.

울산=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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