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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한화케미칼 등 6곳, 미세먼지 조작해 뿜어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기오염물질 불법 배출이 적발된 여수산업단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대기오염물질 불법 배출이 적발된 여수산업단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지난 2015년 2월 25일 한화케미칼 여수 1공장.
가열시설에서 질소산화물(NOx) 배출 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값이 224ppm으로 배출허용기준(150ppm)을 크게 초과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 중 하나다.

하지만, 공장 측은 측정 대행 업체인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측정기록부에는 기준치 이내인 113.19ppm으로 낮춰 기록했다.
이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년여에 걸쳐 총 16건의 측정값을 조작했다.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등을 기준치 이상으로 속여서 배출한 여수 산업단지 지역의 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환경부 소속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단 지역 다수의 기업이 측정대행업체 4곳과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 4곳은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도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정우엔텍연구소·동부그린환경·에어릭스다.
또, 이들과 공모한 것으로 확인된 배출사업장은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1ㆍ2ㆍ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기준치 이하로 맞춰달라” 측정업체에 요구 

배출사업장에서 측정대행업체 담당자에게 측정값 조작을 요청한 SNS 메시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배출사업장에서 측정대행업체 담당자에게 측정값 조작을 요청한 SNS 메시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주 1회에서 6개월에 1회까지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들은 여수 산단 등에 위치한 배출사업장 235곳으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측정을 의뢰받아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를 파악해 측정 조작의 공모 관계를 확인했다.

실제로 한 업체의 경우 측정대행업체 담당자에게 대기오염물질인 탄화수소의 측정값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연간 10t 이상 배출하는 경우에는 이듬해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거나 배출허용기준의 30%를 초과하면 기본부과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측정치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배출량보다 33% 낮게 조작돼

이렇게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한 4253건에 대해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주요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됐다.
해당 업체들이 측정된 양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내뿜었다는 것이다.

LG화학의 경우 유해성이 큰 특정 대기유해물질인 염화비닐이 459.7ppm이 검출돼 배출 기준치(30ppm)를 15배였는데도 실제로는 측정치의 170분의 1인 2.7ppm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를 지키고 있지만, 금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사건이 당사 사업장에서도 발생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적시된 공모 부분에 대해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모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번에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에 공모관계 등이 확인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업체를 우선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관할 지자체에도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또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송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와 전국 일제점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의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이 이렇게 수치를 조작한다면 중국에 어떻게 잘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나”며 “새로운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낼 게 아니라 환경부는 배출업소 현장 확인부터 꼼꼼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수정 (2019년 4월 19일)

기사 내용 중 "LG화학 여수 화치공장의 경우 유해성이 큰 특정 대기유해물질인 염화비닐이 기준치를 173배를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했다."는 부분을 "LG화학의 경우 유해성이 큰 특정 대기유해물질인 염화비닐이 459.7ppm이 검출돼 배출 기준치(30ppm)를 15배였는데도 실제로는 측정치의 170분의 1인 2.7ppm으로 조작하기도 했다"로 수정했습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17일 정부 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 당시 담당자가 173배 초과 사례로 'LG화학의 염화비닐'이라고 답변했으나, 담당자의 착오였다"며 "기준치를 173배 초과한 사례는 다른 업체"라고 19일 밝혔습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해당 업체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업체명과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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