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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장'이 불탔다…노트르담 대성당 큰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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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화재로 무너져내리는 것을 연속촬영한 장면이다.[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화재로 무너져내리는 것을 연속촬영한 장면이다.[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중 한 곳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15일 저녁(현지시간)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지붕과 첨탑이 붕괴했다.

이날 오후 6시 50분께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경찰은 즉각 대성당 주변의 관광객과 시민들을 대피시켰고,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건물 전면의 주요 구조물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수 공사를 위해 첨탑 주변에 촘촘하게 설치했던 비계에 연결된 목재와 성당 내부 목재 장식에 불이 옮겨붙었다.

프랑스2 방송이 전한 현장 화면에는 후면에 있는 대성당 첨탑이 불길과 연기 속에 무너지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방화보다는 실화로 보고 있다.

파리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잠정적으로 리노베이션(개보수) 작업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동안 600만 유로(약 78억원)를 들여 첨탑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파리지방 검찰청도 “수사관들이 현재로선 이번 화재가 사고로 발생한 것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테러 동기를 포함해 방화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경찰이 화재원인에 대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EPA=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EPA=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뒤 조기 진화에 실패, 피해가 크게 발생한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12세기에 건축된 건물로, 내부 장식품이 대부분 목조로 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성당 내에도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목재로 된 내부장식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행히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주요 구조물은 불길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장클로드 갈레 파리시 소방청장은 화재 현장에서 취재진에 “노트르담의 주요 구조물은 보존된 것으로 본다”며 “(전면부의) 두 탑은 불길을 피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노트르담 성당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노트르담 성당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대국민 담화도 전격 취소한 채 화재 현장으로 이동했다.

큰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오후 11시 30분께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마크롱은 “노트르담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학, 정신의 일부이자, 위대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 그리고 우리의 삶의 중심”이었다며 “국민과 함께 성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슬픔이 우리 국민을 뒤흔든 것을 알지만 오늘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며 “대성당의 화재 피해 수습과 재건을 위해 전 국민적 모금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각국 정상도 신속한 진화를 당부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엄청나게 큰 화재를 지켜보려니 너무도 끔찍하다”며 “빨리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파리에서 일어난 일에 큰 슬픔을 느낀다”며 파리 시민들을 위로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파리 시민과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트르담은 파리의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있는 성당으로,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이다.

1163년 프랑스 루이 7세의 명령으로 건설을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은 1804년 12월 2일에는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또한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5세, 메리 여왕 등 영국과 프랑스 왕가의 결혼식이 열렸으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주요한 의식이 진행됐다.

더불어 노트르담은 역사성과 예술성을 자랑하는 노트르담은 문화·예술인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됐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걸작 『노트르담의 꼽추』에서는 노트르담 자체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과 주변 지역의 이러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센강변을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방문객은 매년 1200만∼1400만명으로, 노트르담은 파리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명소로 꼽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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