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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어린이집 실내 미세먼지, 250㎍/㎥까지 치솟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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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숨 막히는 실내 공기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달 5일. 서울 특정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오전 한때 300㎍/㎥를 넘어섰다. ‘매우 나쁨’ 기준(151㎍/㎥)의 두 배를 웃돌았다. 날씨 정보 및 공기 질 관리업체 케이웨더가 측정한 데이터다. 데이터는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에 차곡차곡 쌓인다.

케이웨더, 2만여 곳 공기질 측정 #실내 미세먼지, 실외의 70~80% #소형 어린이집은 관리 사각지대 #교실 CO₂는 권고기준의 3배 이상 #졸리고 두통·현기증 일으킬 정도 #종합적인 실내 공기 질 정책 필요

같은 날 오전 측정소 근처의 어린이집.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150㎍/㎥ 정도를 가리켰다. 문이나 창틈 등을 통해 미세먼지가 계속 들어온 탓이다. 시간이 흐르며 농도는 조금씩 줄었다. 케이웨더 측은 “공기 청정기를 틀었으나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농도는 120~130㎍/㎥까지 떨어졌다가 갑자기 250㎍/㎥ 가까이 치솟았다. 아이들이 드나들며 문을 연 탓이다. 이날 어린이집 안의 미세먼지 농도는 100~150㎍/㎥를 오갔다. 환경기준 상 ‘나쁨(80~150㎍/㎥)에 해당하는 공기 속에서 유아들이 하루를 보낸 것이다. 이곳은 연면적 430㎡ 이하 소규모 어린이집이어서 미세먼지 유지기준(100㎍/㎥)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단 어린이집만이 아니다. 상당수 실내가 미세먼지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웨더가 전국 실외 2000여 곳과 학교ㆍ어린이집ㆍ사무실ㆍ가정ㆍ병원 등 실내 2만여 곳에서 24시간 측정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창문을 꼭꼭 닫아도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의 70~80%까지 올라가는 곳이 상당수였다. 미세먼지 때문에 밖이 부연 날은 실내 역시 미세먼지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특히 학교ㆍ유치원ㆍ어린이집이 문제다. 대부분 사무실만큼 공기 정화 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 않다. 게다가 청소년들은 체질적 특성상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영ㆍ유아는 체중 1㎏당 호흡량이 어른의 3배에 이른다. 어린이도 성인보다 50% 많다. 반면 노폐물을 내보내는 대사 작용은 어른보다 떨어진다. 미세먼지를 잔뜩 들이키면서도 몸 밖으로 배출은 잘 못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어린이집은 미세먼지 관리 사각지대다. 법을 개정해 오는 7월 1일부터 미세먼지는 75㎍/㎥, 초미세먼지는 35㎍/㎥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지만, 대상은 면적 430㎡를 넘는 대형 어린이집뿐이다. 소규모 어린이집은 여전히 미세먼지 관리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성인 또한 실내 미세먼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집ㆍ사무실ㆍ학교ㆍ가게 안 등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가정부터 '미세먼지 해방구'와는 거리가 멀다. 외부 농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요리할 때면 미세먼지가 펑펑 나온다. 고등어를 구울 때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는 2400㎍/㎥가 되고, 달걀을 부칠 때도 1000㎍/㎥까지 오른다. 미세먼지에 휩싸여 요리하는 셈이다.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는 “요리가 폐암 발병을 높인다는 역학 조사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한 것인가.
“중국에서의 연구다. 늘 요리를 하는 여성과 하지 않는 여성을 비교했다. 모두 비흡연자였는데, 요리하는 여성의 폐암 발병률이 최대 8배까지 높게 나왔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으나 우리는 아직 없다.”
요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인가.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실험을 통해 요리할 때 발병 원인인 미세먼지가 잔뜩 나온다는 점은 확인했다. 다만, 그게 직접 원인이라는 엄밀한 역학 조사는 하지 않았다.”
가정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요리할 때는 팬을 틀고 창문을 열어야 한다. 허나 그것만으로 공기가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맞바람이 불어 완전히 통풍이 되도록 하고 측정했을 때도 미세먼지가 150㎍/㎥ 정도였다. 임신부나 호흡기 질환자는 조리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실내 공기 오염은 전 세계적인 두통거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내 공기 오염 때문에 매년 전 세계에서 43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 공기 오염에 의한 전체 조기 사망자(700만 명)의 61%다. 원인은 주로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폐ㆍ심장 질환과 뇌졸중 등이다. 실내 미세먼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집안 미세먼지 제1 대처법은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시야가 부옇던 지난달 5일 서울의 또 다른 어린이집. 밤새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야금야금 올랐다.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에 들어온 데이터는 오전 8시쯤 150㎍/㎥를 가리켰다. 잠시 후 농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육교사들이 출근해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한 덕이다. 어린이들이 오는 오전 9시에는 50㎍/㎥ 이하가 됐다. 일부가 집에 가는 오후 3시께 잠시 농도가 올랐으나 대체로 50㎍/㎥ 을 밑돌았다.

하지만 다른 수치가 쭉쭉 올라갔다. 바로 이산화탄소(CO2) 농도다. 이른 아침엔 바깥 공기와 다름없는 500ppm 정도더니 오전 10시엔 2500ppm이 됐다. 오후 한때는 3500ppm까지 치솟았다. 실내공기질관리법상 권장 기준인 1000ppm의 3배가 넘는다. 일반인이 두통을 느낄 정도다. 미세먼지가 두려워 창문을 꽁꽁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린 탓에 CO2 농도가 높아졌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가 공기 질 측정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강대석 기자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가 공기 질 측정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강대석 기자

비단 이 어린이집뿐 아니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가 다 이렇다. 환기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낀 날뿐 아니라 맑은 날에도 창문을 잘 열지 않아 학생들은 늘 높은 농도의 CO2 안에서 지낸다. 3000~3500ppm이 예사다. 중ㆍ고교는 오전 중에 이 정도에 이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졸리고 하품을 할 환경이다. 학생들이 조는 게 꼭 교사의 수업에 흥미를 못 느껴서가 아니라는 소리다.

CO2 농도는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영국 레딩대에 따르면, 환기를 잘 시켜줬을 경우 초등학생의 덧셈ㆍ뺄셈 정확도는 최대 7%, 속도는 11%까지 향상됐다. 적절한 환기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조사도 있다. 반대로 3000ppm 이상 농도 짙은 CO2 속에 오래 있을 경우 현기증과 어깨 결림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미세먼지가 몹시 나쁘지 않은 날이라면 수시로 환기를 하는 게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다. 그는 또“2006년 이후에 지은 학교ㆍ아파트는 모두 환기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필터가 있는 환기 장비를 공기청정기와 함께 적절히 가동하면 미세먼지와 CO2 농도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평균 6개월 단축하고, 한 해 약 1만2000명 조기 사망을 일으키는 원흉이다. 정부는 관련법을 개정하고 석탄 화력발전소 같은 배출원을 관리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력도 필수다. 하지만 이런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당장 국민이 미세먼지 걱정 없이 지낼 피난처가 필요하다.

그런 피난처를 야외에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실내공기질 관리가 관건이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아토피 등을 일으키는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그리고 CO2 걱정 없는 생활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내공기질 관리는커녕, 실태가 어떤지 측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공기 질 관측과 이를 바탕으로 한 관리를 통해 최소한 공공시설은 미세먼지 피난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첫걸음은 학교ㆍ유치원ㆍ어린이집부터다. 병원ㆍ요양원과 경로시설 또한 공기 청정지역이 되도록 먼저 유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