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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분화, 1000년전의 1%만 돼도 北 사람 못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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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천지 아래에는 마그마 방이 존재하고 마그마가 분출할 때 호수와 만나면 마그마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폭발적 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앙포토]

백두산 천지. 천지 아래에는 마그마 방이 존재하고 마그마가 분출할 때 호수와 만나면 마그마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폭발적 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앙포토]

백두산 화산이 서기 946년 11월의 천년 대분화(Millenium Eruption)와 같은 분화가 일어난다면 주변 80㎞ 떨어진 지역까지 화쇄류(火碎流), 즉 화산에서 분출된 고온의 토석이 밀려내려올 것으로 예측됐다.

또, 화산재가 물과 만나서 진흙탕처럼 흐르는 화산이류(火山泥流, Lahar)는 두만강과 압록강까지 흘러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백두산 화산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강찬수 기자

백두산 화산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강찬수 기자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화산특화연구센터장)는 이날 행사에서 “946년 백두산 분화는 지난 2000년 동안 있었던 가장 큰 화산분화 사건”이라며 “당시 백두산에서 날아간 화산재는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지역은 물론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백두산 천지 내에 지진 진앙이 있고, 천지에는 20억㎥의 물이 있으며, 천지 아래에 마그마 방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점성이 큰 마그마가 상승해 천지의 물을 만나면 폭발적인 분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그마가 차가운 물을 만나는 순간 급랭, 수축하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화산재가 대기 중으로 분출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화산재와 뜨거운 토석인 화쇄류나 진흙탕인 화산이류는 경사진 지역에서는 시속 200~300㎞, 평지에서는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윤 교수는 “백두산은 2002~2005년에 잦은 지진이 발생하는 등 불안했고, 이후 한동안 안정됐다가 지난해 다시 지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특이한 기상 조건에 따라서는 서울 등 남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심재권·이상민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포스텍 박태준 미래전략연구소, 백두산·화산마그마 연구그룹이 주관했다.

15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윤수 포항공대 교수가 백두산 화산 재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윤수 포항공대 교수가 백두산 화산 재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946년 백두산 천 년 대분화는 분화지수 7로, 백두산이 토해낸 분화량만 최소 100㎦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분화지수 7은 분화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난 1만년 동안 지구 상에서 4차례 정도 발생했다.

946년 백두산 분화 당시 방출된 화산에너지는 약 840경 주울(J)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에너지의 16만 배, 지난 2011년 3월 11월 1만8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대지진의 4배에 해당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교수는 “946년 분화의 1% 수준의 분화만 일어나도 북한 함경도·양강도 지역 300만 명의 주민이 재해 영역에 들어갈 것이고, 이로 인해 이들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돼 30만 명 정도는 탈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천지 아래 이산화탄소가 분출되면 많은 인명이 질식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화산분화를 무턱대고 두려워해서도 안 되겠지만, 안전불감증은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국제 학계가 동참하는 남북 공동연구가 하루빨리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2017년 영국 유엔대표부의 질의에 대해 백두산 지질연구그룹(MPGG)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에 대해 대북제재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통보한 바 있어 지금 당장도 국제 공동 연구가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윤 교수는 “백두산 분화가 일어날 북한과 중국 등지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시나리오별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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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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