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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어리다고 훈수 말자, 기다려줘야 큰 열매로 여문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백재권의 안목과 지혜(7)

우리나라만큼 자식 교육에 열성인 나라도 없다. 교육열은 높으나 교육 방식은 획일적이고 작위적이다. 학교 교육은 논외로 하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훈육하고 지도하는 방식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특히 어린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접근법은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자기가 낳고 기르는 자식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참견하는 건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여기서 말하는 '함부로'는 잘 모르면서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들을 지칭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꾸중은 자녀를 망친다. [사진 pixabay]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꾸중은 자녀를 망친다. [사진 pixabay]

흔히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된다'고 말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자녀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가 세상 누구보다 자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교육할 것이다. 대단한 착각이다. 이 어이없는 착각 때문에 수많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에게 상처받는다. 중·고등학교 때는 방황을 한다.

과연 부모는 자기 자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간혹 학교로부터 방문을 요청받고 찾아간 엄마가 "우리 아들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교사에게 큰소리치는 걸 목격한다. 자기가 키웠지만 자식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웃지 못할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특히 유치원, 저학년 때는 설령 큰 실수를 했더라도 심하게 혼내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이때의 정신적인 충격은 대못처럼 가슴에 박혀 뽑을 수 없다. 특히 조용하거나 내성적인 아이는 평생 안고 갈 아픔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반듯한 인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면 안 된다. 우리 애가 그랬다고는 믿고 싶지 않은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자식의 버릇, 습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성격, 성품 등을 아는 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다. 그런 건 누구나 며칠만 같이 지내면 다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가변성이 높아 잘 알아도 자녀의 밝은 미래와 성장 가능성에 도움 되는 항목들이 아니다.

그럼 뭘 알아야 하는지 묻는다면 "자녀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 이 아이가 태어났는지, 어떤 역할을 하려고 세상에 나왔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얼마나 크게 될 인물인지 가늠하는 게 먼저다. 지금 당장은 어리숙하고 때로는 한숨이 나올 행동을 해도 그게 그 아이의 전부가 아닌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렸을 때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인 충격은 인생을 우울하게 만든다. [사진 pixabay]

어렸을 때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인 충격은 인생을 우울하게 만든다. [사진 pixabay]

큰 거목으로 자랄 나무는 물만 제때 주면 알아서 큰다. 가지에 지저분하게 진드기가 붙어있다고 해서 어린나무에 굳이 강한 농약을 뿌려 큰 고통을 주면 안 된다. 그 상처 때문에 큰 열매로 여물기도 전에 작은 바람에도 낙과(落果)하고 만다. 결국 부모가 자녀를 망친 격이다.

또한 부모들은 그 나무에 자두가 열릴지, 배가 열릴지, 감이 열릴지도 모르면서 빨리 열매가 안 맺힌다고 나무를 윽박지른다. 떡잎이 올라오고 어린 새싹이 솟아날 때는 나무 전문가도 무슨 종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법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기가 씨를 뿌렸기 때문에 잘 안다고 서슴없이 전지가위를 들고 가지를 잘라내고 간섭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말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이의 성향을 억지로 외향적으로 변형시키는 부모도 있다. 합리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그 아이가 장차 프로바둑 기사가 될 아이라면 도리어 아이의 인생에 구멍을 낸 꼴이 된다. 바둑은 차분하고 과묵하며 집중력 강한 사람에게 유리한 분야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한다는 행위가 결국 자녀의 재능을 꺾어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자두는 봄에 익지만, 배는 가을이 돼야 먹을 수 있다. 감은 서리를 맞아야 맛있는 홍시가 된다. 자기 자식이 감으로 태어났다면 늦은 나이까지는 재능을 발휘하지 않는다. 쉬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며 때를 기다리는 법이다. 그런데도 부모가 재촉하면 떫은 감이 돼 버리기 때문에 인생이 고달프게 된다.

늦은 나이가 돼야 크게 뜻을 펼치고 성공하는 자식이 태어나면 부모는 답답하더라도 묵묵히 기다려 줘야 한다. 그러면 구부러지거나 꺾인 상처 하나 없는 반듯한 나무로 클 수 있다. 그게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다.

자식의 큰 잠재력과 미래를 모르면 팔짱 끼고 가만히 지켜보는 게 자식을 위한 길이다. 자기 자식이라도 그 사람을 잘 모르면 아무리 어린 꼬마라도 함부로 인생에 훈수를 두는 법이 아니다.

백재권 풍수지리학 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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