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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소주 회식 없고, 야근땐 치킨 대신 피자 먹는 이 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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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나가면 뷔페, 안에선 피자…빅데이터로 본 판교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IT(정보기술) 회사에 다니는 이진호(35)씨는 최근 판교역 인근 씨푸드뷔페 ‘마키노차야’에서 점심 시간에 부서회식을 했다. 회사에서 인당 3만원씩 회식비를 지원해줬는데 팀원들이 술을 마시는 저녁 회식 대신 점심식사 회식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삼겹살에 소주 먹는 회식을 하면 강제 야근이 되기 때문에 요즘엔 거의 안한다”며 “밥부터 차까지 한번에 해결 가능한 뷔페에서 점심 한 끼 같이 하는 회식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빅데이터로 본 판교②

T맵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중 점심시간대 가장 많이 찾는 판교 지역 내 음식점을 분석한 결과 판교역 인근 씨푸드뷔페 마키노차야가 1위였다. 지난 10일 점심시간에 찾은 마키노차야에는 직장인에서부터 인근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박민제 기자

T맵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중 점심시간대 가장 많이 찾는 판교 지역 내 음식점을 분석한 결과 판교역 인근 씨푸드뷔페 마키노차야가 1위였다. 지난 10일 점심시간에 찾은 마키노차야에는 직장인에서부터 인근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박민제 기자

 내비게이션 T맵(가입자 1714만명) 사용자들이 길을 찾아간 데이터에는 이씨 같은 판교밸리 직장인들의 ‘회식 패턴’이 잘 반영돼 있다. 중앙일보는 SK텔레콤과 함께 길안내 빅데이터 1억3000만건(2월21일~3월20일)으로 판교 지역(판교역 인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ㆍ판교동ㆍ백현동) 차량 흐름을 분석했다. 점심 시간인 오전 11시~오후 1시 사이 이 지역 음식점을 찾은 차량의 실제 목적지를 분석한 결과 마키노차야 판교점이 1위였다. 2위는 한정식 집인 산들래였으며, 3위는 한식 뷔페 계절밥상이었다. 상위 5곳 중 뷔페 형태 음식점이 3곳이었다.

저녁 음주회식 대체한 점심 식사회식

음식점 업종별로 집계해도 뷔페는 한식, 전문음식점(일반 백반이 아닌 전문 요리를 파는 식당)에 이어 세번째로 길안내가 많았다. 4위는 일식, 5위는 세계 요리였다. 한식-전문음식점-중식-패스트푸드-일식 순으로 집계된 전국 데이터와는 차이가 있다.

분석을 담당한 강동웅 SK텔레콤 모빌리티서비스 유닛 매니저는 “IT회사에선 저녁 음주보단 점심 식사 위주 회식이 팀 별로 많다”며 “저녁엔 ‘칼퇴’ 하던가 진짜 일만 하는 야근을 하는 사람이 많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일 점심시간 무렵 찾아간 마키노차야 판교점에는 직장인 단체 손님이 여러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단체 손님이 많아 개점 시간인 11시30분이 되자 입장하기 위한 줄이 생길 정도였다. 이성훈 마키코차야 판교점 점장은 “420석 규모인데 평일 점심 기준 평균 300석은 찬다”며 “점심 시간엔 회사단체 회식과 50대 이상 여성 모임이 많고, 저녁엔 가족 단위 모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T맵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중 점심시간대 가장 많이 찾는 판교 지역 내 음식점을 분석한 결과 판교역 인근 씨푸드부페 마키노차야가 1위였다. 지난 10일 점심시간에 찾은 마키노차야에는 직장인에서부터 인근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T맵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중 점심시간대 가장 많이 찾는 판교 지역 내 음식점을 분석한 결과 판교역 인근 씨푸드부페 마키노차야가 1위였다. 지난 10일 점심시간에 찾은 마키노차야에는 직장인에서부터 인근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출근때 택시 타고, 심야엔 덜 이용

택시호출 서비스인 T맵 택시 데이터(2월15~3월15일)에도 저녁 회식이 드문 판교 직장인들의 라이프사이클이 잘 드러난다. 판교지역 택시 이용패턴을 조사한 결과 오전 9~10시 사이 하루 택시 이용자 중 17.4%가 몰렸다. 같은 시간 전국 통계(8%)보다 크게 높은 비율이다. 반면 회식 이후 심야 귀가자가 몰리는 자정 시간대 이용자는 2%로 전국 통계(3.8%)보다 낮았다. 임성진 SK텔레콤 모빌리티 기술유닛 매니저는 “심야 시간보다 출근시간 택시수요가 두드러지게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배달의 제왕' 치킨 제친 판교 피자

판교 배달음식 1위를 차지한 피자.                               [중앙포토]

판교 배달음식 1위를 차지한 피자. [중앙포토]

 판교밸리 사람들이 직장 또는 집에서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은 어떨까.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판교동 내 주문현황(2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피자가 29%로 치킨(2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한식(11%), 4위는 족발·보쌈(10%), 5위는 패스트푸드(8%)였다. 서울시 전체 피자 주문 비중(8%)보다 판교는 3.5배 이상 높았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책임은 “치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압도적인 배달음식 1위인데 판교에서만 이례적으로 피자가 치킨보다 주문 비중이 3배 이상 높았다”며 “최근 배달음식 중 피자의 인기가 한식ㆍ분식에 밀려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판교밸리 내 피자 선호도는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오후 5시 주문 높아…"야근자 간식용"

 배달음식 주문 시간도 타 지역과 차이를 보였다. 배달음식을 가장 많이 시킨 시간대 1ㆍ2위는 오후 6시(16.1%)와 7시(12.37%)로 서울시 전체 통계와 동일했으나 3위는 오후 5시로 서울시(오후8시)와 달랐다. 하루 총 주문 중 11.1%가 오후 5시에 집중됐다. 직장에서 일하다 출출할 때 오후시간 간식용으로 시키거나 야근자의 가벼운 식사 대체용으로 피자를 주문하는 일이 많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판교 소재 게임회사에 다니는 김진희씨는 “치킨은 양념이 손에 많이 묻기도 하고 같이 나눠먹기도 애매해 직장에서 시켜 먹기엔 좋지 않다”며 “피자는 각 팀 별로 축하할 일이 있을때나 시간이 여유로울 때 많이 시켜 먹는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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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출발 차량 새벽5시 행선지 1위 골프장

 흥미로운 것은 판교 지역에서 출발하는 차량 행선지가 테헤란밸리가 위치한 강남구 출발 차량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점이다. 내비게이션 T맵 빅데이터로 평일 판교에서 출발하는 차량의 시간대별 행선지 업종 597개의 순위를 매긴 결과 골프장이 오전 5~6시 시간대 1위였다. 강남구 출발 차량도 같은 결과였다. 아파트 단지가 1위인 전국 통계와는 달랐다. 오후에 백화점 가는 차량이 많은 것도 강남과 유사하다. 백화점은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판교출발 차량 목적지 업종 순위 8~9위 사이를 오갔다. 강남 출발 차량에서도 10~14위 사이를 오갔다. 전국 통계에서 백화점 순위는 20위 안팎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 판교역 2번출구 앞에 퇴근하려는 직장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박민제 기자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 판교역 2번출구 앞에 퇴근하려는 직장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박민제 기자

 강동웅 SK텔레콤 매니저는 “판교는 낮 시간엔 이곳에 출근해 회사에 틀어박혀 '코드를 때려 넣어야 하는' 직장인들이 생활하고, 밤에는 이곳의 비싼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이 생활하는 낮과 밤이 다른 독특한 도시”라며 “골프장, 백화점 등이 주 목적인 이유는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닌, 실제 살고 있는 부유층의 생활 패턴이 더 많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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