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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BMW의 심장’ 7세대로 거듭난 3시리즈

중앙일보

입력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는 저마다 자신의 ‘심장’이라 부를 차종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심장이 S클래스라면 BMW의 심장은 D세그먼트(준중형) 세단 3시리즈다.

지난달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식 출시한 새 3시리즈는 D세그먼트 프리미엄 세단의 기준이다. 1975년 1세대(코드명 E21)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가 3시리즈 극복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을 다듬었다.

7세대를 맞은 BMW 뉴 3시리즈는 여전히 D세그먼트 프리미엄 세단 최강자의 자격을 갖췄다. [사진 BMW코리아]

7세대를 맞은 BMW 뉴 3시리즈는 여전히 D세그먼트 프리미엄 세단 최강자의 자격을 갖췄다. [사진 BMW코리아]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진이 눈부시다. 브랜드별로 수급 문제가 있었고, BMW가 모델 체인지를 하는 시점이긴 했지만 올 1분기(1~3월) 프리미엄 D세그먼트 판매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220d(2006대)였다. BMW의 320d는 1269대에 그쳤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완전 변경된 뉴 3시리즈는 BMW의 절치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 지난해 화재 사태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 최근 수년간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입차 1등’의 자리를 내준 터라 3시리즈의 어깨는 더 무겁다.

다부진 체격, 정리된 실내 디자인

BMW코리아는 10~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를 갖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사진 BMW코리아]

BMW코리아는 10~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를 갖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사진 BMW코리아]

지난 10일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만나본 3시리즈는 상품성만큼은 라이벌을 뛰어넘을 자격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차가 가장 좋다’는 업계의 통설처럼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한 C클래스와 비교해도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더 많이 녹아있는 건 사실이다.

컴팩트 스포츠세단의 이미지가 강했던 3시리즈는 이제 덩치가 형인 5시리즈를 넘볼 정도로 커졌다. 전장은 76㎜, 전폭은 16㎜ 길어졌고, 휠베이스(앞·뒷바퀴 간 거리)도 41㎜나 길어졌다. 협소한 느낌이 들던 뒷자리는 이미 전 세대에서도 상당히 넓어졌는데 7세대 뉴 3시리즈는 중형차 못지않게 여유 있는 공간을 자랑한다.

길고 넓어진 만큼 겉모습은 다부지다. 4세대(E46)에서 영감을 받은 헤드램프는 하단부가 날카롭게 패였다. E46의 헤드램프가 ‘눈물 자국’ 같은 라운드형 디자인이었다면 새 3시리즈(코드명 G20)은 더 눈매가 사나워졌다. 풀LED 램프를 적용해 도로 곡률에 따른 가시거리를 최대화하고 맞은편 차량의 눈부심은 최소화했다.

BMW 뉴3시리즈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김누리 디자이너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 앞서 3시리즈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BMW 뉴3시리즈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김누리 디자이너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 앞서 3시리즈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트레이드마크인 키드니(콩팥 모양) 그릴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콧구멍’이 커지는 거 아니냔 농담을 들을 정도지만 헤드램프, 범퍼 등과의 디자인과 어울려 과한 느낌은 없다. 측면의 비율은 스포츠세단의 전형이다. C필러(트렁크와 연결되는 유리창 기둥)에 적용된 ‘호프마이스터킥(C필러의 꺾이는 라인)’는 BMW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역동적으로 변했다.

디자인의 변화는 실내에서 더 크다. 최근 BMW 인테리어가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 3시리즈에선 작심이라도 한 듯 변화를 줬다. 최초의 한국·아시아인 본사 디자이너인 김누리 디자이너가 치열한 토너먼트 끝에 최종 디자인 담당의 영예를 안았다.

계기반은 12.3인치 전자식 디스플레이로 바뀌었고, 센터페시아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연결되는 듯한 모습이다. 공조장치는 더욱 간결하게 정리됐다. 기어 시프트 레버 주변의 버튼들도 이전 세대보다 세련되면서도 편의성을 높였다. 엔진 스타트·스톱 버튼이 기어 시프트 레버 옆으로 옮겨온 것도 큰 변화다.

BMW new 3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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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운동성능, 정숙성까지 갖춰 

시승 구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경기도 양평의 왕복 200㎞ 구간이었다. 고속도로와 국도, 유명산 주변의 와인딩 구간까지 고루 섞여 있어 새 3시리즈의 운동능력을 시험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유명산 부근에선 지난주 내린 눈이 아직 쌓여있어 의도치 않게 눈길 주행 테스트도 가능했다.

시승차량은 330i 엑스드라이브(4륜구동) M스포츠패키지 모델이다. 이번에 출시된 3시리즈 차급 가운데 가장 높은 출력(258마력)을 자랑한다. 이전 세대에선 300마력이 넘는 3ℓ 직렬 6기통 차급(335i)가 있었지만 이번엔 2ℓ 트윈터보 엔진이 고성능을 담당한다.

지난 10일 열린 BMW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승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지난 10일 열린 BMW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승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엔진은 저회전 구간(1550rpm)부터 시원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묵직하지만 날카로운 조향은 BMW의 특징이다. 운전자는 노면의 요철을 모두 읽을 수 있지만 피로감을 느끼진 않는다. 예전 BMW 차들은 요철구간을 지날 때 너무 딱딱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요즘 BMW는 요철을 느끼면서도 부드럽게 통과한다. 개선된 서스펜션(현가장치)과 댐퍼(스프링)의 성능 덕분이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반자율 주행 기능도 신뢰감이 높다. 시속 50㎞부터 차로유지보조 기능이 작동해 잠시 한눈을 팔아도 차선을 유지하며 달린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시스템’이라 이름 붙은 반자율 주행 기능은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곡선 구간을 달린다. 갑자기 앞차가 급제동하거나 보행자가 튀어나올 때 스스로 멈추는 ‘도심 제동(City Breaking)’ 기능도 담았다.

지난 10일 열린 BMW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승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지난 10일 열린 BMW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승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예전 BMW는 ‘음악 감상은 사치’란 말을 들었다. 워낙 엔진음을 거르지 않고 캐빈(탑승석)에 전달하는 데다, 기본 오디오 시스템도 형편없었던 탓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에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달렸다. 여기에 전면·1열 유리에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해 정숙성은 예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젠 음악을 좀 들을만한 차가 됐다.

BMW의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인 엑스드라이브(xDrive)는 눈길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차량 통행이 드문 눈길 구간에서 무리하게 몰아붙여 봤지만 금세 안정된 자세로 돌아왔다. 출력과 제동이 모두 전자적으로 제어돼 접지력을 잃고 도로를 벗어날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중접합유리로 실내 정숙도가 높아진 뉴 3시리즈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 '달리는 음악감상실'로도 손색이 없다. [사진 BMW코리아]

이중접합유리로 실내 정숙도가 높아진 뉴 3시리즈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 '달리는 음악감상실'로도 손색이 없다. [사진 BMW코리아]

BMW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운전석 전면 유리에 각종 정보를 투사하는 기능)는 기존보다 75% 이상 커졌다. 내비게이션 안내에서부터 오디오 플레이리스트까지 모든 정보를 보여줘 운전자가 정면만 응시하고 운전할 수 있게 했다.

후진 어시스턴트 시스템은 3시리즈의 숨겨진 매력이다. 가끔 좁은 골목을 들어갔는데 막다른 곳일 때가 있는데, 이럴 때 후진으로 돌아 나오는 일은 곤욕스럽다. 뉴 3시리즈엔 진입 시 동선을 그대로 최대 50m까지 자동으로 후진시켜주는 ‘후진 어시스턴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자주 쓸 일은 없겠지만 초보 운전자에겐 더없이 좋은 기능이다.

5000만원대, 살 가치가 있나

뉴 3시리즈의 가격은 5320만~6510만원이다. 이전 세대보다 개선됐고 첨단 기능이 더해졌지만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기본 모델인 320d가 5320만원, 4륜구동시스템을 더하면 5620만원이 된다. 가솔린 모델인 330i는 기본 모델이 6020만원, 4륜구동에 M 스포트패키지(기자 시승모델)를 더하면 6510만원이다.

계기반과 연결되는 듯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고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공조장치와 기어 시프트 레버 주변의 버튼도 사용하기 편리하다. [사진 BMW코리아]

계기반과 연결되는 듯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고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공조장치와 기어 시프트 레버 주변의 버튼도 사용하기 편리하다. [사진 BMW코리아]

딜러마다 할인율이 조금은 달라서 실제 판매가격은 알아봐야 하겠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D세그먼트 세단으로 가격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동급 경쟁자들인 C클래스나 A4와 비교해도, 앞서 말했듯 ‘가장 최근에 나온 차가 가장 좋다’는 통설대로 상품성은 가장 뛰어나다고 봐도 된다.

문제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인데, 조금 눈을 돌리면 올해 부분변경을 단행한 재규어 XE나 렉서스 IS, 제네시스 G70 등이 동급 차량으로 분류된다. 가격까지 따져보면 사실 제네시스와 비(非) 독일계 브랜드가 좀 더 유리한 건 사실이다. 제네시스 G70은 4000만원대 초반이면 ‘수치상’ 더 높은 운동성능과 편의 옵션을 갖춘 차량을 살 수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BMW 3시리즈는 이 세그먼트의 선두주자다. 최신 차량인 만큼 상품성도 갖췄다. 가격이 좀 더 싼 구형 브랜드로 갈 것인가, 적어도 이 세그먼트에선 45년간 최정상이었던 BMW를 살 것인가.

기자의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만 드리면, 이번 3시리즈 정말 잘 나왔다. 궁금하시면 당장 가셔서 직접 시승해 보시라.

양평=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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