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벚꽃은 져도 ‘벚꽃 연금’은 남는다…다음 ‘연금송’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아는형님'에서 신곡 '미세초'를 공개한 UV. 미세먼지를 의인화한 노래다. [사진 JTBC]

'아는형님'에서 신곡 '미세초'를 공개한 UV. 미세먼지를 의인화한 노래다. [사진 JTBC]

음원 차트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볼빨간사춘기의 ‘나만, 봄’이 방탄소년단ㆍ블랙핑크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K팝 전사들의 컴백에도 굳건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아이돌 출신 가수들도 대거 봄 대전에 뛰어들었다. 엑소에서 첫 솔로 활동 스타트를 끊은 첸의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 투애니원 출신 박봄이 8년 만에 내놓은 ‘봄’ 등 장르도 다양하다. 2012년 발표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봄 캐럴 시장을 개척한 이후 가장 치열한 시장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달달한 커플보다 힘 센 솔로 예찬론 

엑소 멤버 중 처음 솔로 앨범을 낸 첸. '사월, 그리고 꽃'에 봄 노래 6곡을 담았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엑소 멤버 중 처음 솔로 앨범을 낸 첸. '사월, 그리고 꽃'에 봄 노래 6곡을 담았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벚꽃 엔딩’이 매년 봄이면 다시 음원 차트에 등장하는 ‘벚꽃 연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자리를 노리는 이들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차세대 ‘벚꽃 엔딩’이 되기는 절대 쉽지 않다. 쏟아지는 봄 캐럴 중 그해 월간 차트를 장악한 케이윌의 ‘러브 블라썸’(2013)이나 로이킴의 ‘봄봄봄’(2013), 에릭남과 웬디가 함께 부른 ‘봄인가 봐’(2016) 등 달달한 사랑 노래는 이듬해에 다시 듣긴 힘들었다. 지난 2년간은 빅뱅이 입대 전 발표한 ‘꽃 길’(2018)을 제외하면 가온차트 기준 월간 스트리밍 차트에 오른 곡도 전무했다.

오히려 꽃놀이하는 커플을 시샘하는 솔로를 공략하는 편이 파급력이 더 컸다. 아이유·HIGH4의 ‘봄 사랑 벚꽃 말고’(2014)나 십센치의 ‘봄이 좋냐??’(2016)가 대표적이다. 미세먼지의 반격도 거세다. 2014년 서엘의 ‘미세먼지’를 시작으로 한두 곡씩 등장하던 미세먼지 관련 곡은 올봄에만 10여곡이 발표됐다. 그중 개그맨 유세윤과 프로듀서 뮤지가 결성한 UV의 ‘미세초’ 가사는 공감도 100%다. “사라져라 저멀리/ 없어져라 저멀리/ 구름인척하지마/ 안개인척하지마”

봄이 오면 흥얼거리는 장범준 노래 

지난달 월간윤종신과 빈폴이 함께하는 '이제 서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장범준. [뉴스1]

지난달 월간윤종신과 빈폴이 함께하는 '이제 서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장범준. [뉴스1]

그럼에도 차세대 ‘벚꽃 엔딩’의 왕좌는 ‘슈퍼스타K’ 시즌 3의 버스커 버스커 출신 장범준과 시즌 6의 볼빨간사춘기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펜딩 챔피언인 장범준은 한결 여유롭다. 지난달 발표한 3집엔 봄과 관련한 어떤 단어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블 타이틀곡 ‘당신과는 천천히’와 ‘노래방에서’를 듣는 순간 봄이 떠오른다. 2012년 봄 월간 차트에서 줄 세우기를 했던 버스커 버스커 1집 수록곡 ‘첫사랑’ ‘여수 밤바다’ ‘꽃송이가’ 등이 차례로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멜로디 덕분이다.

여기에 2016년 3월 발표한 2집에 수록된 ‘봄비’ ‘사랑에 빠졌죠’ 등이 더해지면 장범준은 거의 ‘봄의 전령’ 수준이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장범준은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대신 잠실ㆍ일산 등 호수공원에서 버스킹하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일상 속에서 홀로 노래 부르는 풍경을 묘사한 ‘일산으로’ 가사가 그대로 재현되는 식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장범준이 만들고 부르는 노래가 동어반복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며 “낭만을 꿈꾸는 청춘의 배경음악(BGM)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범준의 '노래방에서' 버스킹 비디오. 수도권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하는 장면을 모았다. [유튜브 캡처]

장범준의 '노래방에서' 버스킹 비디오. 수도권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하는 장면을 모았다. [유튜브 캡처]

타이밍도 절묘하다. ‘벚꽃엔딩’은 발표 이듬해인 2013년 2위로 주간 차트에 재진입해 2017년까지 20위권 안에 들었지만 지난해 31위로 떨어졌다. 4월 첫째 주 기준 역시 39위다.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지속성 그래프를 봐도 과거에는 두세 달씩 머물렀지만 지난해는 3주에 불과했다. 시기적으로 연금송이 세대 교체될 때가 온 것”이라며 “‘노래방에서’는 노래방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저작권료 창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역주행 신화를 이끈 윤종신의 ‘좋니’ 역시 노래방 차트에서 먼저 반응을 보인 것처럼 ‘노래방에서’ 역시 지질한 남성 서사를 잇는 곡이다.

신흥 음원강자 볼빨간사춘기의 반격  

'봄 적금'을 꿈꾸며 이달 '사춘기집'을 발표한 볼빨간사춘기. [사진 쇼파르뮤직]

'봄 적금'을 꿈꾸며 이달 '사춘기집'을 발표한 볼빨간사춘기. [사진 쇼파르뮤직]

반면 볼빨간사춘기가 갖는 강점은 희소성과 대중성이다. 이들은 2014년 ‘슈퍼스타K’ 출연 당시 우승은커녕 ‘탑 11’에도 들지 못했지만, 아이돌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가요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여성 듀오로 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2016년 데뷔 이후 역주행 신화를 만든 ‘우주를 줄게’를 시작으로 지난해 발표한 ‘여행’까지 총 7곡이 1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음원 강자’ 아이유와 트와이스의 6곡을 넘는 기록으로 현재 ‘나만, 봄’의 추이를 보면 곧 8곡으로 늘어날 분위기다.

이달 초 발표한 앨범 ‘사춘기집 | 꽃기운’은 수록곡 5곡 전부 봄 노래로 채우는 등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대놓고 봄을 저격한 곡”이라며 “‘봄 연금’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봄 적금’은 노려보겠다”고 말한 터였다. 보컬 안지영의 독특한 음색이 먼저 주목받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 안지영과 우지윤이 갖춘 작사ㆍ작곡 능력도 탁월하다. 같은 쇼파르뮤직에 소속된 바닐라어쿠스틱의 바닐라맨이 프로듀서 겸 편곡을 맡아 이들의 감성을 잘 살리면서도 안정적인 곡이 탄생하는 것이다.

지난 2일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하고 있는 볼빨간사춘기.[일간스포츠]

지난 2일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하고 있는 볼빨간사춘기.[일간스포츠]

음악평론가인 한국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야기하는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나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 등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초기에는 금방 질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번 음반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 잠재웠다”고 말했다. 볼빨간사춘기는 오는 6월 일본 진출을 앞둔 만큼 “K팝의 다양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