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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에 빠지는 재벌3세, 부자 3대 못간다는 말 맞는 걸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23)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가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가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재벌 3세들이 심상찮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출발하는 비행기를 돌려세우는가 하면, 상대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쇠 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기도 하며, 짜릿한 환각의 세상을 맛보기 위해 마약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 정도면 3세들의 일탈이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이 정도라면 발각되지 않고 자행되는 일탈과 갑질이 얼마나 많겠는가.

부자 3대 못 가는 이유

‘부자 3대를 못 간다’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사치품으로 장식된 호화 저택에 고급 외제 차를 타고,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황제 모시듯 하니 소위 ‘눈에 뵈는 게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인이 된 재벌의 창업주들은 모험정신과 근검절약하는 생활 자세로 인해 일반 국민이 향수를 갖고 있다. 그 2세들은 아버지가 고생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에 동참해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균형감각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사치품으로 장식된 호화 저택에 고급 외제 차를 타고,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황제 모시듯 하니 소위 '눈에 뵈는 게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사치품으로 장식된 호화 저택에 고급 외제 차를 타고,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황제 모시듯 하니 소위 '눈에 뵈는 게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3대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어날 때부터 재산이 몇백억, 몇천억이다. 개중에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어린 나이에 회사 중역이 돼 직원들을 부리기도 한다.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만불손 건방진 인간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만의 결혼을 하고, 그들만의 사교 클럽에서 최고급 술이나 마시고, 회사 소유의 골프장에서 갑질 골프나 즐긴다면 어떻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재벌 3세의 문제는 그들 가족만의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통제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해야 할 때다. 혹자는 고생해 일군 사적 재산인데 왜 남들이 간섭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재벌의 성장에는 많은 국가적 특혜가 있었다. 부동산 투자를 잘해 부자가 됐다고?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다수 국민의 피해와 희생이 있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저 혼자 잘나서 하늘에서 떨어진 돈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외국의 부자들이 자식이 망가지지 않도록 가르치는 노하우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엄격히 가르쳐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빌 게이츠 부부. 빌 게이츠는 사후에 70조가 넘는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며, 저개발국가의 복지와 교육사업, 전염병 퇴치에 힘쓰고 있다. 그는 "자녀들에게 막대한 돈을 남기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P]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빌 게이츠 부부. 빌 게이츠는 사후에 70조가 넘는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며, 저개발국가의 복지와 교육사업, 전염병 퇴치에 힘쓰고 있다. 그는 "자녀들에게 막대한 돈을 남기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P]

첫째, 자선하는 법을 가르쳐라. 이 세상에는 어렵게 사는 계층도 많다는 것을 알게 하려면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를 시켜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푸드뱅크에서 밥 퍼주는 일을 하거나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봉사가 그 예다. 몇 푼의 기부보다 몸소 실천하는 봉사를 통해 느끼는 게 훨씬 많다.

둘째, 반드시 육체노동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10대에 허드렛일을 해보는 것은 더없이 귀중한 경험이다. 예컨대, 식당이나 마트 종업원, 짐 나르는 잡역부 등 힘든 일을 경험해야 한다. 가족 회사나 연고가 있는 회사에서 적당히 모양새만 갖추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 왕실은 왕자를 탈레반과의 전투나 위험한 전쟁에 참여시켜 반드시 혹독한 경험을 하게 한다.

셋째, 돈의 소중한 가치를 일찍부터 가르쳐야 한다. 가족이 어떻게 부를 일구었는지 돈 관리, 의사결정 방법, 가치 있는 일을 가르쳐야 한다. 돈을 벌고 지키는 데는 땀과 희생과 헌신이 수반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넷째, 자녀에게 ‘노(No)’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거절이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분수에 넘치는 요구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거절은 나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꼭 필요한 것과 욕심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하다가 아이가 사고를 내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안전과 한계를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다섯째,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라. 능력도 자질도 없는 3세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무리한 사업을 벌이더라도 견제할 사람이 없고, 직원들에게 독선적인 갑질을 하기 쉬워 건전한 회사 경영이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부잣집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주주로서 배당이나 받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탈 행위, 엄격하게 응징해야

 '재벌갑질 뿌셔뿌셔'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촛불항쟁 이후 민주노총 조직 확대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갑질 뿌셔뿌셔'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촛불항쟁 이후 민주노총 조직 확대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가문이 번성하려면 돈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인생을 반듯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자식들에게 남겨야 한다. 돈보다는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게 자식을 망치지 않는 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잣집 아이들의 도를 넘는 일탈 행위는 기본적인 인성 교육이 부실했음을 보여준다. 가업은 사회와 공생하고, 직원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을 망각한 것이다. 그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위는 엄격하게 응징해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인생에는 돈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잘 가르치기를 바란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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