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바다는 특별한 장소다. 다섯 살 혜자가 시간을 되돌리는 요상한 시계를 주운 곳도, 젊은 혜자(한지민)와 이준하(남주혁)가 처음 만난 곳도, 바다 들고 나는 해변이었다. 돌아 보니 ‘눈이 부시게’의 모든 이야기는 바다에서 출발했다.
망망대해와 너른 모래사장이 동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인천 영종도 선녀바위 해변에서 촬영했다. 우리에겐 친숙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1㎞쯤 남쪽에 있다. 해변 끄트머리에 삐쭉 솟은 기암 때문에 ‘선녀바위’라는 기묘한 이름이 붙어 있다. 짐작하겠지만, 이 바위엔 전설이 내려온다. 임에게 버림받은 기생이 몸을 던진 바위, 용왕이 선녀에게 벌을 내린 장소 등등 다양한 버전이 전한다.
백종현의 여기 어디? | '눈이 부시게' 촬영지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인지 유독 연인이 많이 찾는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는 구준표(이민호)와 금잔디(구혜선)가 선녀바위를 배경으로 키스를 했다.
혜자(김혜자)가 사실 치매 환자였다는 반전이 드러나는 10회의 엔딩을 기억하시는지. 치매를 자각한 혜자가 젊은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는 장면은 강화도 분오리 바닷가에서 촬영했다. 강화도 남쪽 끝의 한적한 포구마을이다. 간조마다 광활한 갯벌이 열리는데, 저어새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의 보금자리다. 언덕에 있는 옛 군사시설 분오리돈대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다. 바다가 사방으로 열리는데, 서해에서는 드물게 바다 일출도 가능하다. 강화나들길 8코스(초지진~분오리돈대, 17.2㎞)가 분오리 마을을 지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