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네의원 진료비 깎아주는 노인 연령 65→ 70세 상향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동네의원 진료비를 할인하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경증환자가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스스로 대형병원에 갈 경우 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복지부 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 #육체노동 연한 상향 판결 후 첫 조치 #연 640만명, 4696억 진료비 할인 #5년동안 연령 올리되 신규노인만 적용 #노인회 "갑작스런 변화 경계해야" #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10일 공개했다. 이 계획은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5년마다 개혁안을 마련하도록 2016년 법이 바뀐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 ▶의료 질과 환자 중심의 보상 강화 ▶건보 지속가능성 유지 ▶미래 대비 등을 담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급속한 고령화에 맞춰 노인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를 개선해 노인 부담을 늘린다. 64세 이하 환자는 동네의원·한의원·치과의원에 갔을 때 진료비의 30%를 본인이 내고 나머지는 건보가 부담한다. 65세 이상 노인은 다르다. 동네의원·치과의원·한의원(투약 없는 경우)의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낸다. 1만5000원 초과~2만원은 10%, 2만 초과~2만5000원은 20%, 2만5000원 초과할 때는 30%를 낸다.
 정부가 65세를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되 65세가 되는 신규 노인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건강수명(병을 앓지 않는 상한 연령)이 73세(2016년)일 정도로 노인의 건강이 좋아진 점,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노인에 진입하면서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대법원이 육체노동 근로자의 사용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린 점도 고려했다. 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1월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번 검토가 박 장관 제안과 닿아있다.
 지난해 노인에게 깎아준 정액진료비는 4696억원(치과·한의원 포함)이다. 2013년보다 59% 늘었다. 특히 지난해 1월 할인 구간을 넓히면서 건보 재정 투입이 크게 늘었다. 정부는 연령 상향뿐만 아니라 할인 구간이나 금액 기준을 좁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노인 768만명 중 639만명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비 할인을 받았다. 2017년 한해(623만명)보다 많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요즘 65세는 과거 65세와 건강 상태가 다르다. 자신도 65세를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료비 할인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70세로 올리기보다 현 제도를 손볼 것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65세 연령 기준을 유지하되 진료비 경감 구간을 수가 인상에 연동해 올리거나 아예 총진료비에 관계없이 30% 정률만큼 부담하도록 바꾸는 게 의료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 생각은 좀 다르다. 정명철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큰 틀에서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릴 필요성가 있다고 공감하지만 갑자기 올리면 복지 혜택을 보던 65~70세가 못 받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정 총장은 "노인 의료비 정액제를 비롯한 복지제도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은 반대한다.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며 "당사자 의견을 잘 반영해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건강보험 보장 확대 지속 

복지부는 앞으로 5년 동안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지속해서 추진한다. 올해 중 복부·흉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 건보를 적용한다. 내년에는 척추, 2021년에는 근골격계 질환에 적용한다. 초음파 검사는 올해 하복부·비뇨기·생식기에 적용하고, 내년에 흉부·심장, 2021년에 근골격계·두경부·혈관에 적용한다.
 또 만 1세 미만 아동의 외래 진료비 환자 부담률을 진료비의 21~42%에서 5~20%로 낮춘다. 난임치료 기술 연령제한을 폐지한다. 병원에 환자지원팀을 만들어 입원 치료계획과 퇴원 후 케어 계획을 세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방문의료팀을 만들어 집으로 찾아간다.

경증환자 상급병원 진료비 오른다

감기 등의 경증질환 환자가 상급종합병원(42개)에 갈 경우 상급병원 진료비 부담률(60%)이 올라간다. 굳이 필요 없는데 가려면 돈을 더 부담하라는 뜻이다. 또 경증환자가 상급병원 가는 데 필요한 진료의뢰서를 받으려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지금은 무료다. 다만 동네의원 의사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상급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경우에는 의뢰서 비용을 내지 않고, 상급병원 부담률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다. 상급병원이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분만·수술·응급의료·외상·감염관리 등의 진료 수가를 올린다.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건보료 부과
복지부는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액 다 매길지, 일정액 이상만 매길지는 추후 검토한다.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도 예정대로 내년 11월부터 건보료를 매긴다. 두 가지 소득에 건보료를 매길 경우, 월급 외 종합소득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이 늘어난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보험료도 올라간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높은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프리랜서·웹툰작가·화가 등의 고소득 전문가, 통역사·파트타이머·물리치료사 등 회사와 고용관계가 있는 고임금 단시간 직종에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건보재정 악화 우려 

이번 종합계획을 실행하려면 6조4600억원의 건보 재정이 들어간다. 보장성 강화대책(일명 문재인 케어)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하면 향후 5년 동안 41조5842억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매년 3.2% 건보료를 올려 충당한다. 종전 방침과 달라지지 않았다. 6조4600억원이 더 들어가지만, 보험료를 더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사무장 병원 단속 강화, 부양청구 기관 제재 강화, 일반예산 지원액 증액 등으로 메우기로 했다. 그리하고도 2023년에 누적적립금을 10조원 이상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재정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당기적자가 계속돼 건보 적립금이 올해 17조원에서 2023년 11조원가량으로 줄어든다고 돼 있다.
 보사연 신영석 박사는 "문 케어의 건보 확대가 누적되면 2023년에만 8조원 이상이 더 든다. 재정계획이 5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중장기 재정계획이 정리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초음파 검사가 건강보험이 되면 동네의원의 검사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신중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 기자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