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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쫓는다"…대구 최장기 미제사건 '총포사 업주 살인'

중앙일보

입력

2001년 12월 11일 발생한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엽총강도사건의 범인에 경찰이 1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전단. [사진 대구경찰청]

2001년 12월 11일 발생한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엽총강도사건의 범인에 경찰이 1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전단.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경찰청이 18년 전 발생한 장기 미제 사건의 해결에 다시 팔을 걷어붙인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미제 사건인 이른바 ‘총포사 업주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임무다.

11일 수사관·전문가 모여 '합동 범죄분석회의' 열어 #2001년 12월 발생한 '총포사 업주 살인' 해결 위해 #훔친 엽총으로 은행 털어 1억2600만원 훔쳤던 사건

대구경찰청은 11일 수사관과 전문가들을 모아 ‘합동 범죄분석회의’를 진행한다. 이 회의에는 현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비롯해 당시 수사팀, 범죄분석관, 프로파일러 등 20여 명이 참여한다.

‘총포사 업주 살인사건’은 2001년 12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총포사에 누군가가 침입해 업주 정모(당시 66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총포사에 보관 중이던 엽총 2자루를 들고 달아났다.

범인은 나흘 뒤인 12월 11일 오후 3시20분쯤 대구 달서구 월암동 한 은행에서 엽총으로 은행 직원을 위협해 3~4분 만에 현금 1억2600만원을 빼앗아 도주했다. 범인은 은행문 3곳 중 직원들이 출입하는 옆문으로 들어와 천장을 향해 엽총 한 발을 쏘며 직원들을 위협한 뒤 미리 준비해 온 검은색 스포츠가방 2개를 던지며 돈을 넣도록 요구했다. 당시 은행에는 직원 20여 명과 손님 10여 명이 있었지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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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은행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는 아이보리색 조끼와 회색 바탕에 흰줄무늬 바지, 흰색 운동화 차림의 키 175㎝ 정도의 20~30대 모습이었다. 그는 돈을 챙긴 뒤 밖에서 시동을 건 채 기다리던 공범 한 명과 함께 달아났다.

범인은 미리 차량과 번호판을 각각 다른 곳에서 훔쳐 이동 수단으로 쓰고 은행 강도 범행 당시 복면을 쓰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수사망에서 벗어났다.

범인이 타고 달아난 데 쓰인 승용차는 범행 당일 오후 6시15분쯤 은행에서 약 5㎞ 떨어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한 주택가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총포사에서 훔친 엽총 두 자루가 함께 들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관 100여 명을 투입하고 탐문, 통신수사, 공개수배 등 광범위한 수사를 펼쳤지만 결국 범인을 찾지 못했다. 이 사건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대구경찰청. 대구=김정석기자

대구경찰청. 대구=김정석기자

합동 범죄분석회의는 수사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공유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을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 대전 둔산동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살인 사건(2001년 12월)과의 연관성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전 한 은행에서 현금을 운반하던 직원 1명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다.

대구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이번 분석회의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의 수사방향을 설정, 수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대구경찰은 총포사 살인사건을 비롯해 현재 총 8건의 장기미제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2008년 대구 달성군 여자 초등학생 납치 살인 사건이나 2010년 달서구 아파트 부녀 살인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제보가 중요 수사단서’라는 마음가짐으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작은 제보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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