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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미선 35억 대 주식 보유’ 관련 의혹 철저 검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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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헌법재판관은 개별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심판 대상이 광범위하다.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만약 헌법재판관이 스스로의 이해충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구심이 생긴다면 그 혼란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그 어떤 위치에 있는 공직자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검증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신과 남편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와 관련된 사건을 재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8년 OCI그룹 계열사인 건설회사가 하도급한 공사현장 사고와 관련된 민사 재판을 담당했다. 당시 그는 대형로펌 변호사인 남편과 함께 해당 건설회사 주식 13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후보자 측은 “당시 재판했던 사건은 보험회사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사고 보험금) 반환 소송으로 해당 회사가 원·피고 당사자나 보험 가입자가 아니다. 판결도 해당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재판과 간접적으로라도 관련 있다면 왜곡되거나 오해될 소지가 적지 않다. 재판 회피 신청을 하는 게 옳았다. 오히려 이 후보자 부부는 판결 전후로 같은 주식을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대법원 법관윤리강령이나 공직자윤리법 저촉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후보자 측은 “관련 재판은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고 했지만, 자격 논란을 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부부가 가진 주식이 총 35억 원대에 이르고 이중 OCI그룹 주식이 24억 원어치라고 한다. 재산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한 경위도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오늘(10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의혹 전반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자도 숨김이나 보탬 없이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게 공직자로서 온당한 자세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보유를 둘러싼 문제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2017년 8월 이유정 후보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비상장기업 주식 매매로 5억 원 넘는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자진 사퇴했다. 두 후보자 모두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점에서 조국 민정수석실에서 제대로 검증한 것인지 또다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어제 문형배 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도 전날 장관 임명 강행으로 파행 운영됐다. 청와대는 후보자 개인의 해명에만 맡길 게 아니라 직접 검증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