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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할리마저…편집하고 삭제하고 연일 비상 걸린 방송가

중앙일보

입력

마약류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로버트 하일. [뉴스1]

마약류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로버트 하일. [뉴스1]

방송가가 또다시 비상에 휩싸였다.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ㆍ60)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방송을 앞둔 출연 프로그램은 물론 최근 종영한 프로그램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지난달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ㆍ29)의 버닝썬 게이트를 시작으로 정준영(30)ㆍ최종훈(29) 등 모바일 단체 대화방 멤버들이 줄줄이 경찰에 입건되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방송가는 빠른 대응책을 내놓았다.

할리가 마약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된 8일 밤 방송된 TV조선 예능 ‘얼마예요?’ 측은 9일 “재방송은 모두 편집해서 나갈 것”이라며 “다시보기(VOD) 서비스도 할리가 출연한 회차는 모두 중지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 역시 할리가 출연해 녹화를 마친 10일 방송을 앞두고 관련 부분을 전부 편집하기로 했다. 제작진은 “마약 사건에 대한 시청자 정서를 고려해 방송 전까지 로버트 할리 관련 내용과 출연 장면을 최대한 편집해 불편함 없이 방송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미 방송을 마친 프로그램도 선 긋기에 나섰다. KBS2 예능 ‘해피투게더’ 시즌2는 할리 등이 출연해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에 방송된 ‘나 한국 산다’ 특집 편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tvN 역시 지난달 종영한 ‘아찔한 사돈연습’에서 할리가 출연한 지난 1월 방송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들 하재익씨와 함께 출연해 가상 결혼과 사돈 연습을 한 내용이 지금 시청자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조치다.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난 '펫츠고! 댕댕트립'.[사진 SBS 플러스]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난 '펫츠고! 댕댕트립'.[사진 SBS 플러스]

할리의 마약 투약 혐의는 평소 방송에서 보여준 면모와 전혀 달라 충격을 더했다. 미국 유타주 출신 변호사이자 독실한 몰몬교 신자인 그가 1978년 한국을 찾은 이유 역시 선교 때문이었다. 몰몬교는 낙태와 도박은 물론 술ㆍ담배ㆍ차 등 중독성이 강한 기호식품을 모두 금할 정도로 보수적인 종교. 할리 역시 97년 한국으로 귀화 이후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을 맡는 등 가정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경찰은 “할리가 인터넷으로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시인했다”며 “모발과 소변을 제출받아 마약 반응 간이 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음모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할리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해 누명을 썼다는 얘기다. 이에 부인 명현숙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들의 혐의를 아버지가 뒤집어썼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할리의 친구인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국내 언론을 통해 “6개월 전 다른 연예인이 마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는데 경찰이 마약을 한 다른 사람들 이름을 대면 형량을 가볍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당시 경찰은 할리가 마약을 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유죄를 확신하며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또 다른 연예인이 등장할 수도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사이버수사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할리의 마약 매매 정황을 포착한 것 외에도, 마약수사대에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씨를 필로폰 등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황씨가 “2015년 필로폰을 처음 투약한 이후 한동안 마약을 끊었다가 지난해 말 연예인 A씨의 권유로 다시 손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MBC FM4U '로이킴, 정준영의 친한친구' [사진 MBC]

MBC FM4U '로이킴, 정준영의 친한친구' [사진 MBC]

연예계 마약 파문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버닝썬 게이트로 입건된 이후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구속된 정준영,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승리가 포함된 대화방에서 대마초를 뜻하는 은어 ‘고기’와 엑스터시 합성마약을 뜻하는 ‘캔디’ 등의 단어가 수차례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마약 반응 검사 결과 둘 다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대화방 멤버로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로이킴(본명 김상우ㆍ26)은 9일 귀국해 경찰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 역시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정준영이 고정 멤버로 출연하던 KBS2 간판 예능 ‘해피투게더-1박2일’ 시즌3는 4주째 결방 중이다. 2013년 12월부터 6년간 방송된 시즌3 전체 분량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됐다. 18일 첫 방송을 앞둔 tvN ‘현지에서 먹힐까-미국편’은 정준영 촬영 분량을 전부 편집했다. 출연진이 또 다른 대화방 멤버로 지목된 JTBC ‘히트메이커’(2016) 역시 다시보기를 삭제했다.

여기에 정준영과 로이킴이 데뷔한 Mnet ‘슈퍼스타K’ 시즌4(2012)까지 다시보기가 사라지면서 방송가에서는 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방영 중이거나 최근 방영작은 방송사 차원에서 먼저 조치하고 있지만, 4~5년 전 작품까지 모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삭제 요청이나 문의가 들어오면 논의 후 반영하고 있다. 현재 관련 기준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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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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