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방송인 하일(60·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9일 사실상 혐의를 인정하며 머리를 숙였다.
하씨는 이날 오전 1시30분쯤 유치장 입감을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수원남부경찰서로 압송됐다. 하씨는 흰색 셔츠에 베이지색 점퍼와 회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수원남부경찰서 정문에 들어섰다.
하씨는 심경을 묻는 물음에 “죄송하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하씨를 전날 오후 4시10분쯤 서울시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씨는 자신의 서울 자택에서 지난달 중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이후 하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한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구매량과 투약 횟수, 양 등은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하씨가 필로폰을 구매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를 벌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집행했다. 하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날이 밝는 대로 하씨를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미국 출신인 하씨는 1986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7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하일’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출연해 왔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서 유창한 부산 사투리와 입담을 선보여 인기을 얻었다. 이밖에도 하씨는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외국인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편 하씨는 오는 10일 방송 예정인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녹화를 최근 마쳤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612회 예고편 ‘여긴 내 구역인데예~?’를 소개했다. 하씨 외 엑소 첸, MC 딩동, 여에스더 등이 출연했다. 사건 보도 후 해당 예고편은 삭제된 상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