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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보자기·향초·화분 … ‘온리 원’ 나만의 생활용품 내 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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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찾는 모바일 세대

화분 등 다양한 물건들이 보자기로 포장된 모습.

화분 등 다양한 물건들이 보자기로 포장된 모습.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프립·클래스101·솜씨당·소모임 등 사람들끼리 취미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도 많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하루 만에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고 SNS 맞춤형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공방’을 해시태그하면 55만 개가 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공방(工房)이 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2030 직장인 수강생 증가 #여가·힐링·개인소장 목적 #감성 담은 수공예품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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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윤영희(54·인천 송도)씨는 매주 금요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보자기 포장법을 가르치는 공방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나들이에 나서기 때문이다. 평소 보자기의 매력에 푹 빠졌던 윤씨는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보자기 포장 공방을 알게 됐다. 윤씨는 “먼 거리지만 특이한 취미를 갖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릇 위에 꽃무늬 등 그림을 새겨 넣는 공예 ‘포슬린 아트’.

그릇 위에 꽃무늬 등 그림을 새겨 넣는 공예 ‘포슬린 아트’.

서울 화곡동에서 향초 공방을 운영하는 박소현(41)씨는 나만의 특별한 향초를 고민하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포슬린 아트를 알게 됐다. 포슬린 아트는 자기(porcelain)와 예술(art)의 합성어로 그릇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다. 박씨가 포슬린 아트를 배워 예쁘게 꾸민 향초 그릇을 선보이자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공방은 예술가나 장인이 도자기·가죽·목재 같은 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다. 대량 생산하는 공장과 달리 공방은 예술가가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공예품은 이렇게 공장에서 만드는 일반 공예품과 공방의 수공예품으로 나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15년 공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공예 종사자는 2만6284명으로 전년(2만2533명)보다 약 3700명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공방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해진 공방

수강생이 보자기로 포장하고 있다. [사진 미미 보자기 공방]

수강생이 보자기로 포장하고 있다. [사진 미미 보자기 공방]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미미보자기 공방은 보자기 공예를 전문으로 한다. 꽃병·화분·선물상자 등을 포장지 대신 보자기로 매듭지어 장식한다. 이 공방에선 평소 하루 또는 정규 강좌를 열어 7~20가지의 다양한 보자기 매듭 방법을 강의한다. 배아름 미미보자기 대표는 “내용물에 따라 보자기 색과 원단, 묶는 방식이 다양하다”며 “한국의 멋스러움을 포장으로 표현하고 싶은 분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유행을 선도하는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포슬린 아트 작업실엔 요즘 젊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포슬린 아트는 유약 처리된 그릇에 그림을 그리므로 세라믹에 비해 그림이 잘 보존되고 실수를 하더라도 수정하기 쉬워 초보자가 배우기 수월하다.

포슬린 아트 공방 ‘아뜰리에421’의 박형선 대표는 “과거 수강생 연령대가 주로 50대였다면 요즘엔 30대 직장인이 부쩍 많아졌다”며 “퇴근 후 여가나 힐링, 개인 소장을 위해 찾아온다. 그 경험을 SNS로 지인들과 공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위빙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하라두 공방]

위빙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하라두 공방]

공방은 다른 공방과 협업도 한다. 서울 자양동의 위빙(weaving) 공방 ‘하라두’는 주변 꽃꽂이 공방과 수작업 공예품을 제작한다. 플라워 공방에서 화분을 만들면 하라두 공방은 화분을 감쌀 ‘화분 홀더’를 위빙으로 꾸미는 것이다. 하나의 협업 공예품으로 서로 다른 두 공방이 공생하는 셈이다. 원하라 하라두 대표는 “협업으로 만드는 이른바 콜라보 공예가 요즘 수강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창업·재취업 기회에도 도움돼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공방을 찾을까. 직장인 우지연(34)씨는 쉬는 날 틈틈히 포슬린 아트 공방에서 2년째 수업을 받고 있다. 우씨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성품을 갖고 다녀 나만의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에 공방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공방이 창업과 재취업의 활로도 되고 있다. 부산에 사는 백은정(31)씨는 3년여 동안 회사 쉬는 날이면 틈틈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위빙 공예를 배웠다. 위빙은 2030세대에게 ‘감성 인테리어’로 주목 받는 공예다. 처음엔 취미로 하던 것이 지금은 위빙 공예자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됐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바이 비 아뜰리에’라는 위빙 공방을 열고 지금은 어엿한 공방 대표가 됐다.

힐링 효과도 공방의 인기몰이에 한몫한다. 소수의 인원이 공예 수업을 같이 듣지만 작업은 오롯이 혼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예를 배우는 정수진(40·서울 신당동)씨는 “직장생활에 쫓기다 보면 묵상처럼 혼자서 조용히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빚어가며 손끝에서 느껴지는 전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힐링”이라고 말했다.

글=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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